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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테크]프랑스서 문전박대 당하며 배운 헬기 날개기술, 이젠 'K-방산' 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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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국산 첫 헬기 수리온으로 세계 11번째 생산국
상륙기동, 해경, 산림 등 변형헬기만 10개 기종
"제대로 된 붕어빵도 배우는데 3개월" 말에 오기

6·25전쟁을 겪은 우리 군은 공격헬기가 절실했다. 북한의 전차 전력을 막을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군이 주목한 기체가 바로 ‘500MD’다. M-134 기관총이나 70mm 로켓 발사기, 토우(TOW) 대전차미사일을 장착해 북한의 전차를 충분히 견제할 수 있었다. 미군은 ‘OH-6’이름을 쓰며 정찰 헬기로 활용됐다. 시간이 흐르자 노후화는 심각했다. 항공기 비행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시각비행(VFR)과 계기비행(IFR)이다. 500MD는 눈으로만 의존하는 시각비행만 가능하다. 추락사고가 빈번했다.


[밀리테크]프랑스서 문전박대 당하며 배운 헬기 날개기술, 이젠 'K-방산' 견인 국내 첫 헬기인 한국형기동헬기(KUH-1) ‘수리온’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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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은 50년이 넘은 500MD를 대체하기 위한 헬기가 필요했다. 1995년 한국형 헬기 개발사업(KHP)을 시작한 이유다. 사업 시작과 동시에 난관에 부딪혔다. 199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터지며 사업은 전면 취소됐다. 사업이 다시 논의된 건 2001년 이후다. 2003년 9월 기동헬기와 공격헬기를 동시에 개발하는 KHP 사업이 국책사업으로 지정됐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1조3000억원을 들여 73개월(약 6여년)간 국내 첫 헬기인 한국형 기동헬기(KUH-1) ‘수리온’을 개발했다. 대한민국은 세계 11번째 헬기 생산국이 됐다.


헬기의 핵심 블레이드까지 자체 개발 성공

개발 과정은 쉽지 않았다. 헬기 기술의 백미는 ‘복합재 블레이드(날개)’다. 수리온 개발 당시 ‘복합재 블레이드’에 대해 KAI는 기술이 전무했다. 기술 협력사인 유로콥터(EC)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기술 이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출장 협의로 획득한 CD 자료를 공항까지 쫓아와 회수했다. 프랑스 문서를 영어로 번역해야 한다며 시간을 지연시키고 알맹이가 빠진 자료를 제공했다. 고급 세단급 자동차 기술이 필요한 데 소형차 기술을 알려주는 꼴이었다. 연구원들은 답답했다. 포기하고 싶었던 연구원들이 다시 용기를 낸 건 사천 버스터미널 앞에서 만난 붕어빵 덕분이었다. 붕어빵의 단팥물이 흘러나오지 않는 제대로 된 붕어빵을 만드는 데 3개월이 걸렸다는 붕어빵 장사 아저씨 말을 듣고 좌절할 수 없다는 오기가 생겼다. 재도전에 블레이드를 자체 개발했다. 현재는 수출을 대비해 블레이드 제작 관련 노하우를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KAI 조립동 연간 36대 생산 능력 시설

수리온은 그사이 상륙 기동, 의무 후송, 해경, 소방, 산림 등 10개 기종으로 진화했다. 해병대 항공단이 주력으로 운용하는 상륙기동헬기(MUH)인 마린온을 개발했고, 올해 1월에는 상륙공격헬기 (MAH)의 시험비행도 마쳤다. MAH는 해병대 ‘마린온’이 적지를 강습할 때 엄호 임무를, 지상부대의 요청이 오면 화력 지원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KAI는 소형무장헬기(LAH)도 개발했다. LAH는 육군의 500MD와 코브라 공격헬기(AH-1S)를 대체하기 위해 국내 개발된 헬기다. 지난해까지 양산 3호기까지 생산했다. 육군에 총 170여대를 납품할 계획이다. KAI 조립동은 연간 36대까지 조립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밀리테크]프랑스서 문전박대 당하며 배운 헬기 날개기술, 이젠 'K-방산' 견인


군에 납품되는 LAH의 주 기어박스는 자체 조립품이다. 주 기어박스는 외국 원제작사로부터 구성품을 구매해 조립하고 있는데 KAI가 현재 자체 생산하고 있다. 주 기어박스를 자체 생산하면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5번째다. 블레이드 생산은 해외 선진업체도 성공하지 못한 로봇이 맡는다. 세계 최초다. 앞으로 무인기 탑재도 검토하고 있다. 동체 좌우에서 각 2기 등 총 4기의 무인기를 발사하면 자동으로 날개가 펴져 비행한다. 이 가운데 1대는 목표물에 돌진해 자폭 형태로 공격할 수 있다.


KAI 관계자는 "LAH는 무인기를 탑재해 유·무인복합 작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파치 헬기만큼의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조종 편리성을 위한 장치로는 전국 어디든 목표지역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통합지도전자컴퓨터를 비롯한 자동비행조종장치, 무장통합장치, 전방의 표적을 탐지할 수 있는 표적획득지시기 등을 탑재했다. 실시간 전장 상황을 공유할 수 있는 합동전술데이터링크 시스템은 유사 공격헬기 중 LAH가 유일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제 헬기 가동 중지

이 밖에 수리온은 경찰, 소방, 산림, 해경 등 다양한 파생형 헬기로 개발됐다. 국내에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들 헬기의 관심이 높아졌다. 우리 정부는 1992년 경제협력 목적으로 당시 구소련에 14억7000만 달러 규모의 차관을 발행했다. 이후 러시아가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자 이를 군사물자로 대납했다. 이를 ‘불곰사업’이라 부른다. 이 사업을 통해 러시아산 헬기인 Ka-32 총 43대가 국내에 도입됐다. 한국은 러시아 다음으로 Ka-32를 많이 운용하는 국가다. 하지만 2022년 시작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장기화하며 러시아산 헬기는 애물단지가 됐다. 러시아는 국제사회 제재에 동참한 한국을 비 우호국으로 지정하고 수출을 금지했다. 이에 부품을 구할 길이 막혔다. 현재 Ka-32 14대가 가동이 중지된 상태다.


노후 헬기 시장 겨냥해 1000대 수출 가능성

KAI는 앞으로 헬기 수출이 ‘K-방산’을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헬기 시장 규모는 급속히 늘고 있다. 지난해까지 745억 2000만 달러(108조 4936억)이었지만 2032년엔 971억 3000만달러 (141조 3338억) 규모까지 커진다. 현재 전 세계가 보유한 헬기는 총 5만 5656대(군수 2만 3283대, 민수 3만 2372대)다. KAI는 노후화된 헬기 시장을 겨냥해 1000대까지 수출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헬기를 약 400여대 수출할 경우 9만명의 취업을 유발시키고 29조 7600억원의 경제효과가 유발된다. 후속지원 사업이 판매 매출의 2배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경제효과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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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관계자는 "국산 헬기 수출은 국격의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헬기 개발국으로서의 위상은 국내 방위산업을 넘어 수출을 통해 진정한 그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 및 방산 스페셜리스트 if@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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