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 있긴 해?" 젤렌스키 조롱한 기자, 친트럼프 의원 남친

여친 ‘트럼프파’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
최근 트럼프가 가장 좋아하는 기자로 부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이 고성과 설전이 오간 끝에 파행으로 끝난 가운데,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의 복장을 지적했던 기자가 친트럼프 성향 의원의 남자친구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일(현지시간) 해당 기자가 보수성향 방송인 ‘리얼아메리카보이스’의 브라이언 글렌(56)이었다고 보도했다.

2020년에 설립된 리얼아메리카보이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보도로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의 선거 구호) 충성파들 사이에서 이름을 알린 매체다.

마저리 테일러 그린 의원(왼쪽)과 브라이언 글렌 기자 연합뉴스

글렌은 이 채널의 대표 인물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기자 중 한 명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인 마저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의 남자친구이기도 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전쟁 발발 이후 항전의 메시지를 담아 외국 정상을 만날 때도 군복 차림을 고수해 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당시에는 우크라이나 국가 상징이 새겨진 검은색 셔츠 등 평소보다는 격식을 차린 옷차림이었지만 마찬가지로 정장은 입지 않았다.

그가 도착하자 마중 나온 트럼프 대통령은 악수를 하며 취재진을 향해 ”오늘 제대로 차려입었다(He’s all dressed up today)”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외신들은 이 발언에서 이미 그의 불편한 심기가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이후 진행된 공개 회담에서 글렌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이 나라에서 최고위급 사무실에 있는데 당신은 정장 입기를 거부했다”면서 “많은 미국인이 당신이 이 자리의 위엄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정장이 있기는 한가”라고 적대적인 어투로 물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 도중 설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질문에 “이 전쟁이 끝나면 정장을 입을 것이고, 아마 당신과 같은 것이나 더 좋은 것일 수도 있다”고 맞받았다.

텔레그래프는 이날 글렌의 발언이 ‘계획된 공격’이었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모욕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산하기 위한 작전이었다는 것이다.

글렌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복장에 대해 “우리나라와 대통령뿐 아니라 미국 시민에 대한 내면의 무례함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린 의원도 “매우 자랑스럽다”며 글렌을 지지했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에 “젤렌스키가 우리 대통령에게 돈을 구걸하러 올 때조차 정장을 입지 않을 정도로 무례했다고 지적한 것”이라고 적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