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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조선업 호황에도 은행은 '보증 부실'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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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에 대미 협력까지…조선업 기대감↑
과거 부실 트라우마에 보증 꺼리는 금융기관
제재하면 누가 보증서나…면책 달라는 은행

정부가 ‘선수금 환급보증(RG)’을 내주는 은행에 면책을 부여하는 배경에는 조선업 활황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있다. 모처럼 살아나는 조선업 경기를 뒷받침하고 미국 측 조선업 협력에 부응하려면, 선박 주문에 필수적인 보증이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이다. 과거 RG 발급으로 홍역을 치렀던 금융기관들이 RG에 나서려면 정부의 면책 부여가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호황에 대미 협력까지…조선업 기대감↑
트럼프發 조선업 호황에도 은행은 '보증 부실'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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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조선업 수출액은 256억3000만달러로 7년 만에 가장 크다. 조선업 수출은 2011년 565억9000만달러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22년 181억8000만달러까지 떨어졌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끝나고 물동량이 증가하자 해운사들의 선박 주문이 늘어났다. 통상 발주로부터 2~4년의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실적이 현재 나타나고 있다.


수주와 건조 실적 흐름도 나쁘지 않다. 지난해 조선업계 수주는 1105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에 달한다. 전년 1008만CGT에서 9.6%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실제 선박을 만드는 건조량도 910만CGT에서 1149만CGT로 26.2% 증가했다. 선주에게 아직 넘겨주지 않고 남아있는 발주량인 ‘수주잔량’은 3702만CGT 수준이다. 수주잔량이 많으면 통상 일거리가 많다는 뜻으로 읽힌다. 수주잔량은 전년보다 7.5%가량 감소했지만, 침체기였던 2017년(1798만CGT), 2018년(2313만CGT) 당시와 비교하면 개선세가 뚜렷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협상 전 한국의 조선업 인프라를 정비하는 측면도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조선업 또한 트럼프 정부와의 협조를 가능케 하는 대응책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을 희망해왔다. 당선인이던 지난해 11월7일에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면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으며, 우리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유지·보수·정비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의 대중국 조선업 규제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21일 중국 선사와 중국산 선박이 미국 항구에 입항할 때마다 국제 해상 운송 서비스에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이 세계 조선·해양 물류 산업을 부당한 방식으로 장악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중국 선사의 선박은 최대 100만달러(약 14억원), 중국산 선박은 150만달러의 비용을 내야 한다. 선박의 용적물에도 t당 최대 1000달러를 부과한다. 글로벌 선주들이 중국 조선소에서 배를 만들고 규제를 받느니 한국 조선소로 주문을 돌릴 수 있다는 의미다.


과거 부실 트라우마에 보증 꺼리는 금융기관
트럼프發 조선업 호황에도 은행은 '보증 부실' 트라우마 경남 거제 조선소 전경

문제는 RG 발급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가진 금융기관이다. RG는 한 건의 보증사고가 대규모 피해로 이어지는 상품이다. 선주의 계약금을 물어내야 할 뿐 아니라 기간을 따져 이자까지 대신 갚아야 한다. 업체 규모가 작을수록 은행들이 부담해야 하는 위험도 커진다. 금융기관이 대형 조선소로부터 받는 RG 수수료율은 통상 1% 미만이고, 중형 조선소의 수수료율은 이보다 높은 2~3%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수주금액 자체가 미미한 중형 조선소에 RG를 내줬다가, 자칫 수천억원의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기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선업계가 불황에 빠지면서 큰 손실을 봤다. 산은은 2016년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에 보증을 섰다가 손해를 입었다. 선박 4척에 대해 1090억원의 보증을 섰는데 561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무역보험공사도 2008년에 섰던 RG 때문에 약 8000억원의 손실을 입었고 감사원 감사를 받았다. 민간에서 RG를 가장 적극적으로 발급했던 농협은행은 2조원에 달하는 보증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2016년 NH농협금융지주는 조선 해운사들의 경영악화 때문에 2500억원이 넘는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했다. 1분기 순이익은 64% 넘게 줄어들며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 관계자는 “중형 조선사들은 자신들이 다 지을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데도 저가의 과당 수주를 했었고 그 결과 은행들도 큰 손해를 입었었다”며 “당시의 경험에 따라 은행들이 조선사들에 대한 RG 발급 검증을 깐깐하게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후 국내 조선업계는 금융기관이 RG 발급을 미룰 때마다 수주를 빠르게 처리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7년 STX조선해양의 계약 무산 위기다. 그해 7월 STX 조선해양은 그리스 선사로부터 1억4000만달러 규모의 수주를 따냈다. 하지만 계약 후 60일 이내에 확보해야 할 RG를 받지 못했다. 그리스 선사에 기한을 늦춰달라고 읍소했지만, 사태를 해결하지 못했다. 2018년 9월이 되어서야 겨우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RG를 받았다.


2016년 8월에는 현대중공업이 그리스 선주로부터 2000억원의 초대형 원유 운반선 2척을 수주했음에도 RG가 발급되지 않아 계약취소 위기에 직면했다. 당시 수출입은행과 여러 은행이 공동으로 보증을 서는 방식이었지만 일부 은행이 강력한 거절 의사를 밝히면서 난항을 겪었다. 같은 해에는 중견 조선사였던 SPP조선이 국책은행이었던 수출입은행으로부터 RG 발급을 거절당하면서 위기를 겪었다.


제재하면 누가 보증서나…면책 달라는 은행

기관 차원에서의 손실뿐 아니라 개인에 대한 제재 우려도 있다. RG를 선뜻 내줬다가 손실이 나면 담당자는 금융당국과 은행에서 징계를 받는다. 2014년 금융감독원은 산업은행 RG 담당자들에게 무더기 징계를 내렸다. 사후관리가 철저하지 못했다는 게 이유였다. 행원들이 직접 금감원 제재위원회에 출석해 "민간은행도 같은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10년에는 은행들의 RG를 재보증했던 보험사들을 대상으로 금감원이 실태 점검에 나섰다. 2011년 메리츠화재와 그린화재는 부실 관리를 이유로 임원문책과 주의 조치를 받아야 했다.


그 때문에 은행들은 조선 호황을 맞아 RG를 적극적으로 발급하려면 면책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부 정책에 따라 보증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만큼, 적어도 임직원들이 제재에 대한 우려 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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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정부는 지난해부터 소형 조선사에도 수출용 RG 발급을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등 조선업 RG 확대 정책을 지속해왔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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