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지역 종합병원 운영 현황 확인
창원한마음병원, 중증응급환자 36% 급증
병원 "의료개혁으로 종합병원 역할 제한 우려"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아버지의 수술 일정을 잡지 못해 부모님이 사시는 창원 소재 병원에서 수술하게 됐어요. 처음엔 걱정을 좀 했는데 수술이 잘 마무리 돼서 다행입니다."
지난 20일 오후 경남 창원시 창원한마음병원에서 만난 암 환자의 보호자 박모씨(41)는 이곳에서 아버지의 수술을 진행하게 된 배경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박씨는 그러면서 "서울에서 진료 받다가 저희처럼 일정을 못 잡아 내려온 분들이 생각보다 더 많더라"고 말했다.
의정갈등 장기화에 따른 의료공백 사태로 상급종합병원에서의 진료 및 수술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이곳과 같은 지역 종합병원들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이날 창원한마음병원은 환자와 보호자 사이를 누비는 의사와 간호사들의 분주한 발걸음으로 여유를 찾기가 어려웠다.
특히 심장혈관흉부센터 병동의 경우 십수명의 중증 환자들이 몸에 호스를 단 상태로 힘없이 누워있었다. 간호사가 수액을 바꾸는 와중에도 반응을 보이는 이는 드물었다. 중증 환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의료진은 수시로 환자들의 상태를 살피고, 필요한 처치를 해가며 병동을 오갔다. 다른 병동 및 응급실 분위기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창원한마음병원을 찾아 지역 종합병원의 운영현황 및 성과를 현장에서 확인했다. 창원한마음병원은 765병상 규모의 경남 지역 내 대표적인 2차 종합병원이다. 34개의 진료과와 31개의 진료센터를 운영 중이다. 전문의 111명과 일반의 7명, 간호사 1021명이 근무한다. 지난해 9월엔 거점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되기도 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의료사태 발발로 인해 지난해 창원한마음병원을 찾은 중증 응급환자(KTAS 1~3등급)는 40%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해 이 병원을 찾은 중증 응급환자는 1만9214명으로 전년(1만4127명) 대비 36% 넘게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54개였던 성인 중환자실 병상을 61개까지 확장해 중환자 수용 능력을 추가 확보하기도 했다. 중환자실 담당 전문의도 6명으로 늘려 현재 24시간 전문의 중환자실 상주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환자 및 수술 건수도 확대됐다. 지난해 이 병원을 찾은 입원환자는 26만4333명으로 전년(24만3987명) 대비 8.3% 증가했다. 수술 건수 역시 1만3473건으로 7% 늘었다.
창원한마음병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역민과의 신뢰 구축을 통해 이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명환 병원장은 "지방환자들이 빅5(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대·세브란스·서울성모병원)에 가는 것은 지역 종합병원에 대한 믿음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환자들이 치료를 잘 받고 퇴원해 입소문이 나야 한다. 이를 위해 충분한 투자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하창훈 창원한마음병원 의료원장도 "코로나19 사태 당시 코로나19 검사를 대대적으로 한 것이 지역민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계기 중 하나"라며 "최근 상급종합병원 진료를 받기 어려워서 오게 된 분들도 수도권에서 진료받은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느끼셨다고 한다"고 말했다.
지역 종합병원이 유지 발전되기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도 제언도 나왔다. 하충식 창원한마음병원 한마음국제의료재단 의장은 "현재 같은 처치라도 상급종합병원일 경우 수가가 더 높다"며 "지역 종합병원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동일 처치에 대해선 동일 수가가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병원장도 "똑같은 췌장암 수술을 하더라도 대우가 다르다. 단순히 종합병원이란 이유로 차별하면 발전은 요원하다"며 "종합병원이 환자에게 최고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역량 있는 종합병원엔 확실한 혜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당한 대가를 받고 최고의 진료를 제공한다면 종합병원에 대한 환자들의 신뢰도 올라가는 선순환 구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정부의 의료개혁으로 종합병원의 역할이 제한될 수도 있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김 병원장은 "정부가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강조하며 상급종합병원들의 중증 진료 비율을 늘리려 하고 있다"며 "우리 병원은 이미 암과 뇌, 심장 등 중증질환까지 포괄적 진료 역량을 갖추고 있는데, 중증 환자를 상급종합병원에 다 보내야 한다면 껍데기밖에 남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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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관계자는 "전공의들의 이탈로 상급종합병원에서 수술이 절반 가까이 감소하는 가운데 지역 종합병원이 역할을 잘 수행해줬다"며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으로 지역 종합병원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의견을 수렴해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창원 = 최태원 기자
창원 =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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