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 제작팀, 지난해 병산서원 훼손
드라마센터장 "직원 적고 현장 너무 바빠"
"재발 방지 가이드라인 마련…죄송하다"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인 경북 안동 병산서원에 7차례 못질해 논란을 빚은 KBS가 수신료 부족과 노동조건 등을 서원 훼손의 주된 이유로 해명한 사실이 알려졌다. 12일 KBS 홈페이지를 보면 시청자위원회 1월 회의록에는 KBS 2TV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의 촬영팀이 못질로 병산서원을 훼손한 문제에 대한 질의가 담겨 있다. 이 회의는 지난달 16일 개최됐다.
당시 김영조 KBS 드라마센터장은 "일단 문화재 훼손에 대해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망치질을 했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면서도 “수신료가 별로 안 들어와서 그런지 조연출도 없는 프로그램이 많다. 이 드라마에도 조연출이 없고 현장에 KBS 직원은 1명 밖에 없었다. 그러니 이런 일에 대해 대처할 만한 KBS 직원이 없고, 프리랜서들이니까 이런 일에 대해서는 의식이 굉장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변명했다.
그는 "병산서원은 특별한 경우"라면서도 "드라마 제작 현장이 너무나 바쁘고 제작비도 별로 없고, 주 52시간제로 인해 너무 빨리 진행돼야 하는 상황 등 사고 위험이 있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제가 어렸을 때 조연출을 할 땐 (실제) 궁에서도 촬영했다. 거기에서 화로도 피우고 불도 들고 다녔다"면서 "지금은 시민의식이 높아져 궁 같은 곳은 촬영이 너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제작 가이드라인은 거의 완성"이라며 외주 스태프들에 대해서 충분히 교육하고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KBS도 너무나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점을 이해해주셨으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해당 드라마 제작팀이 병산서원 만대루, 동재 등에 촬영 소품을 설치하기 위해 여러 군데 못질을 했다가 물의를 빚었었다. 당시 건축가 민서홍씨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병산서원에 들렀다 황당한 상황을 목격했다. 공영 방송이 드라마 촬영을 목적으로 나무 기둥에 못을 박는 등 문화재를 훼손했다"는 글을 올렸다.
민씨는 "중년 신사분이 스태프들에게 항의하고 있었고, 가만 보고 있을 수 없어 나도 '문화재를 그렇게 훼손해도 되느냐'라며 거들었다"며 "작업을 진행하고 있던 스태프들은 귀찮다는 듯 '이미 안동시의 허가를 받았다'며 '궁금하시면 시청에 문의하면 되지 않겠느냐. 허가받았다고 도대체 몇 번이나 설명해야 하는 거냐'라며 적반하장으로 성을 내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지금 뜨는 뉴스
상황을 파악한 안동시는 KBS를 문화유산 훼손으로 고발했고, KBS는 문화재 훼손을 사과하고 촬영분 전량을 폐기했다. 경찰은 지난 10일 병산서원을 훼손한 KBS 드라마 소품팀 관계자 3명을 '문화 유산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