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대 압박" 대통령 각서 서명
재무부엔 이란 석유 수출 차단 지시
이란 암살 시도 질문엔 "전멸될 것"
中 보복관세 "괜찮다"…"통화 서두르지 않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핵무기 보유 불가를 천명하며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을 재개했다. 이란의 석유 수출량을 '제로(0)'로 만들라는 지시도 내렸다. 이란이 암살을 시도할 경우 전멸시키겠다는 경고 또한 보냈다. 트럼프 2기 출범과 동시에 1기 때의 대(對)이란 초강경 기조를 복원, 이란에 대한 압박 수위를 극한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 재개를 골자로 하는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 이번 서명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회동을 앞두고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각서에는 재무부에 이란에 최대 수준의 경제적 압력을 가하고, 이란이 기존 제재를 위반할 시 대응을 강화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재무부와 국무부에 이란의 석유 수출량을 제로로 만들기 위한 캠페인을 이행하라는 지시도 포함됐다. 이란의 자금줄인 석유 수출을 봉쇄해 핵무기 개발을 막겠다는 의도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이란은 석유 수출로 2023년 기준 연간 530억달러를 벌어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서명식에서 취재진에게 "서명은 하지만 매우 많이 사용하지 않아도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며 "이란과 협상이 성사돼 모두가 함께 살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란이 암살을 시도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지시를 남겼다"며 "그들이 그렇게 한다면 아무 흔적도 남지 않게 될 것(obliterate)"이라고 답했다. 앞서 미국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트럼프 대통령 암살을 모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대이란 정책과 관련해 1기 때의 최대 압박 기조를 복원하겠다고 예고해 왔다. 그는 첫 임기 때인 2018년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추진됐던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이란에 고강도 제재를 복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전 행정부의 대이란 제재 완화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진전, 이란의 지원을 받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2차 무역전쟁이 시작된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를 "서두르지 않겠다"며 적절한 때 통화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보복관세 조치에 대한 질문에는 "괜찮다(that's fine)"고 답했다.
앞서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라 4일 자정부터 중국산 모든 수입품에 기존 관세에 더해 추가 관세 10%를 부과했다. 중국도 미국산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등에 15%, 원유·농기계·자동차 등에 10% 관세를 부과하며 즉각 보복 조치에 나섰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두 정상 간 통화 일정을 잡고 있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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