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첫 미국行
류진·윤진식 등 재계단체 수장들 방미 채비
외교·통상 리더십 공백…민간 역량 총동원
재계단체 수장들이 '트럼프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발 빠르게 방미 채비에 들어갔다. 외교·통상 리더십 공백이 지속되고 있지만, 민간 역량을 총동원해 활로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오는 21~22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 참석차 미국을 찾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미국행으로, 알려진 일정상 4대 그룹 총수 중에서는 첫 워싱턴DC 방문이다.
TPD는 최 회장이 이사장을 맡은 최종현학술원에서 2021년부터 열고 있는 행사다. 통상 12월에 진행했지만, 이번에는 미·일 정치 일정을 고려해 2월로 조정했다. 그간 한·미·일 3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대거 참석했던 만큼 올해 행사에도 정관계 유력 인사들이 집결할 전망이다.
재계 안팎에선 최 회장이 기존에 언급해온 일본과의 연대부터 미국과 새로운 협력 방안 등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인프라·에너지 산업 등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글로벌 경제의 핵심축으로 떠오른 다양한 사업들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한상의 회장으로 재계 맏형 역할을 해온 만큼 해외 정관계와 국가 차원의 경제 해법을 모색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할 가능성은 작지만, TPD 행사 전후로 워싱턴DC에 머물면서 신(新)행정부 인사들과 소통하는 등 네트워크를 넓힐 계획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 차원을 넘어 국가 경제의 활로를 여는 방향으로 출장을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재계단체 수장들도 미국 네트워크를 조준하고 있다. 대표적인 미국통 경제인으로 꼽히는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풍산그룹 회장)도 이르면 3월 방미길에 오를 것으로 전해졌다. 류 회장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 정계와 친분이 깊다.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로 '관세 폭탄' 등 트럼프 시대 리스크에 우리 기업들이 대응할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류 회장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직후부터 한미 민간 채널을 가동하기 시작했고, 연말에는 워싱턴DC에서 한미재계회의 총회를 열기도 했다. 한경협은 조직 개편을 거친 '트럼프 2기 대응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미국의 새로운 정책 방향을 연구하고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상반기에만 두 차례 미국 출장을 계획하고 있다. 먼저 3월은 주(州) 정부를 겨냥한 일정이다. 바텀업 방식의 '풀뿌리 아웃리치'로 연방 정부의 정책 방향에 활로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5월에는 '셀렉트 USA' 투자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미 상무부, 무역대표부(USTR) 등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과 접촉할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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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관계자는 "외교·통상 정책을 조율할 최종 책임자가 부재한 상황은 기업들 입장에서도 고민이 큰 지점"이라며 "(조기 대선 가능성을 상정해도) 혼란스러운 상황이 여름까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민간의 통상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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