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이어 세계 3위 매장수 기록
1999년 진출 당시 사치, 과소비 인식 높아
현재 아메리카노 최저시급의 반값
5%대로 떨어진 수익성 개선 위해 몸부림
한국 스타벅스 매장이 2000개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지난해 말 기준 2009개입니다. 북미 이외 스타벅스가 최초로 진출한 일본(1991개)을 앞지르고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매장 수를 자랑한다고 하네요. 우리나라 인구가 약 5200만명인 만큼 1인당 매장 수로 따지면 미국, 중국보다도 많습니다. 한국을 '스타벅스 공화국'이라 할 만하네요.
스타벅스는 1999년 7월 이대에 1호점을 열고 한국에 최초 진출했지요. 25년도 더 지난 일입니다. 그 사이 늘어난 매장 수만큼이나 스타벅스에 대한 한국 소비자 인식도 상당히 변했는데요. 아마 스타벅스 초창기 이미지를 기억하실 겁니다. 그때 당시 스타벅스 하면 꼭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있었죠. 바로 '된장녀'. 2000년대 과소비나 사치하는 여성을 싸잡아 비하하는 말로 쓰였습니다. 스타벅스 커피값이 밥보다 비싸던 시절이었기에, 스타벅스에 갔다 하면 된장녀, 된장남 낙인이 찍히던 때가 있었답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실제로 그때는 스타벅스 커피값이 짜장면보다도 비쌌습니다. 1999년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가격은 3000원. 2500원이면 짜장면 한 그릇을 사 먹을 수 있던 때였죠. 그 당시 최저임금을 들으면 아마 깜짝 놀라실 겁니다. 바로 시간당 1525원. 아메리카노 한잔을 사 먹으려면 꼬박 1시간58분을 일해야 했으니, 스타벅스는 사치라는 인식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답니다.
특히나 그때는 스타벅스가 대중화한 원두커피보다 200원짜리 인스턴트 커피가 일반적이던 시절이었습니다. 커피에 돈을 쓰는 게 일상화되지 않았던 때이니 문화적 충격은 더 컸답니다.
스타벅스가 한국에 진출한 지 8년이 지난 2007년이 돼서야 한 시간 일하면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 먹을 수 있게 됐다고 해요. 2007년 최저시급이 3480원으로 올랐는데 당시 아메리카노는 3300원이었거든요. 그럼에도 당시에는 스타벅스는 사치라는 인식이 여전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스타벅스 커피는 짜장면은 물론 최저시급보다도 저렴해졌습니다.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가격은 최근 200원이 오른 4700원. 한국물가정보원이 집계한 지난해 기준 짜장면 평균 가격인 6613원보다 훨씬 저렴하죠. 올해 최저시급은 1만30원입니다. 30분을 채 일하지 않아도 커피 한잔을 사 먹을 수 있게 됐습니다. 원두커피가 대중화하고 카페 경쟁이 치열해지며 커피값이 묶여 있을 동안 타 외식비와 최저시급은 가파르게 오른 결과인데요. 과거를 돌이켜보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2025년 상대적 가격 변화나 늘어난 점포 수만큼이나 스타벅스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죠. 이제 스타벅스에 간다고 된장녀를 떠올리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스타벅스는 들르기 편한 만만한 카페가 됐죠. 충전기도 많고 직원 눈치도 볼 필요 없으니 '카공(카페+공부)족'의 성지로 통하기도 하고요. 스터디 공간을 4000원대 커피 한잔으로 빌린다고 인식하는 이들이 많으니까요. 어찌 보면 스타벅스는 25년 동안 고급 카페 이미지가 쇠락하는 대신 편안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반전은 있습니다. 오래 편히 쉬기 좋다는 뜻은 결국 회전율이 낮다는 뜻이겠지요.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SCK컴퍼니는 늘어난 매장 덕에 지난해 최초로 매출 3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그렇다고 늘어난 몸집만큼 수익이 증가한 것은 아니랍니다. 2010년 10%이던 영업이익률은 2023년 4.8%로 뚝 떨어졌죠. 아무래도 넓은 매장에 많은 인력이 투입되는데 회전율은 낮아 운영비용 부담이 커지는 이유가 클 것입니다.
그 와중에 원두값까지 치솟자 스타벅스는 결국 지난해 8월과 11월, 올해 1월 잇따라 음료값 인상을 선포했습니다. 핵심 메뉴인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기준 인상은 한 번뿐이라고 하지만 소비자는 '또 올렸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죠. 이외에도 스타벅스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손님 이름을 부르는 대신 진동벨을 배치하는 매장도 늘려가고, 구독 서비스도 시작하는 등 갖가지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그 덕분일까요.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5%대를 회복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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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세월을 거치며 사치의 상징에서 카공족 성지가 된 스타벅스. 고꾸라진 수익성 개선에 힘쓰는 시기를 지나 앞으로 어떤 미래를 그릴지 궁금해집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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