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달 29일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으로 인플레이션 반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Fed의 금리 인하 속도 지연으로 한국은행의 2월 금리 인하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리 인하의 득실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먼저 금리 인하는 내수경기를 진작시켜 서민경제를 살릴 수 있다. 그동안 고금리정책으로 내수는 얼어붙고 있다. 1998년 인플레이션 목표제를 실시한 이후 27년 동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높인 적은 총 6번인데 이 중에서 1.75%포인트 이상 크게 높인 적은 두 번밖에 없었다. 임기 전후 다른 정부의 인상분을 제외하면 노무현 정부에서 1.75%포인트 금리를 높였으며 윤석열 정부에서 2.0%포인트 높였다. 과도한 금리 인상으로 두 정부 모두 격심한 내수침체를 경험했다. 금리 인하를 통한 고금리의 정상화는 위축된 소비와 투자를 늘어나게 해 내수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다. 또한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인한 수출감소와 작금의 정치적 혼란으로 인한 성장률 둔화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이득이 있다.
금융부실 확산을 줄여 한국경제가 금융위기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건설경기 침체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은 올해 더욱 늘어날 것이 우려된다. 여기에 내수침체로 소상공인은 물론 일부 대기업의 도산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금리 인하는 부동산경기를 회복시켜 건설업의 도산을 줄일 수 있으며 이자부담을 줄여서 금융부실 확산도 막을 수 있다.
금리 인하의 비용으로는 인플레이션 재발이 가장 우려된다. 금리 인하로 경기가 좋아지면서 물가가 다시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의 인플레이션 원인은 서로 다르다. 미국은 경기호황으로 총수요가 늘어나 물가가 오르는 수요견인형인데 한국은 경기는 침체인데 환율과 전기요금과 같은 생산원가가 올라서 물가가 오르는 비용상승형이기 때문이다. 수요견인형은 금리 인하의 경우 총수요가 늘어나 물가가 높아질 수 있지만, 비용상승형은 금리를 낮춰도 경기침체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가능성이 작다. 오히려 금리보다는 환율이나 전기요금, 원유가격 상승 등이 인플레이션을 반등시키는 요인이 된다.
환율상승도 금리 인하를 주저하게 한다. 금리 인하의 경우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서 자본유출로 환율이 높아지고 이는 다시 물가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환율을 높이는 주된 원인은 한미 간의 금리 차이보다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과 강달러에 있다. 오히려 고금리 지속으로 인한 한국 주식시장 침체가 외국인 투자자본을 유출시켜 환율을 높이는 요인이다. 금리 인하의 또 다른 비용은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가격상승이다. 하지만 정책당국의 금리정책 외에 대출 규제나 부동산 규제로 이러한 금리 인하의 부작용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한국경제는 대내적으로는 고금리와 정치적 혼란으로 내수경기 침체가 심화되고, 대외적으로는 미국 보호무역과 중국 성장률 둔화로 수출감소 충격에 노출되어 있다. 금리 인하의 득실을 비교해 보면 내수경기를 회복시켜서 중소상공인의 도산과 금융부실의 확산을 막을 수 있고, 금리 인하로 인한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 또한 작다는 점에서 이득이 손실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통화당국은 과도한 고금리의 정상화로 내수경기를 살려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 우려되는 국내 정치적 혼란과 트럼프 관세 충격을 흡수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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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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