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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기업들, 트럼프 4년…버틸 것인가, 옮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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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부과 시 공장 간 물량 조절부터
LG전자 "멕시코→미국 공장 이전 검토"
현대차, 美 생산체계 구축·경영진 교체
삼성SDI, 美 내 주별 정책 검토까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멕시코, 베트남 등 저비용 생산국에 공장을 둔 한국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이 해당 국가에서 제조된 제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생산량 조절 등의 조치를 통해 타격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론 현지 공장 이전까지 검토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韓기업들, 트럼프 4년…버틸 것인가, 옮길 것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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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산업계에 따르면 반도체·이차전지·자동차·철강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에 대비해 베트남, 멕시코 등 생산 공장에 대한 물량을 줄이고 미국 공장의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음 달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0% 관세 부과, 캐나다와 멕시코산에 대해선 25%의 관세 부과를 시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외국산 반도체, 의약품, 철강 등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반도체업계 "멕시코 공장 이전 검토"

韓기업들, 트럼프 4년…버틸 것인가, 옮길 것인가 LG전자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 전경. 사진 출처 LG전자

현재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중국, 동남아시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생산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오스틴(파운드리 반도체), 중국 시안(낸드 플래시 메모리 생산), 쑤저우(반도체 패키징 및 테스트), 베트남 박닌·타이응우옌(반도체 후공정) 등지에 생산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는 공장 간 물량을 조절해가면서 상황에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7일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5'에서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관세 부담에 대해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며 "다수의 공장을 꽤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어느 한 군데에 집중하지 않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응하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기 위해 370억달러 이상의 투자 규모를 결정하기도 했다.



LG전자의 경우 공장 간 물량 조절뿐 아니라 멕시코 생산 공장을 미국 테네시주에 운영 중인 공장으로 이전하는 가능성까지 검토하고 있다. LG전자는 미국이 겨냥하는 주요 무역적자 상대국에 생산기지가 있어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재 미국 테네시주, 베트남 하이퐁, 중국 난징, 멕시코 몬테레이·레이노사 등에 가전제품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김창태 LG전자 부사장은 지난 23일 지난해 4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미국이 관세를 큰 폭으로 인상할 경우에는) 생산지 이전 및 기존 생산지의 생산능력 조정 등 더 적극적인 생산지 전략의 변화까지도 고려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미국 테네시 지역에 있는 가전 공장을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물량 증설, 품목 확대 등을 통해 일부 제품을 테네시로 일부 이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역시 미국 현지 공장 확장을 검토 중이다. 현재 중국에는 우시(DRAM), 다롄(낸드플래시), 충칭(후공정) 등 공장이 가동되고 있고, 미국 인디애나주에는 38억7000만달러를 들여 첨단후공정, 연구개발(R&D) 관련 생산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어 이를 이행할 것으로 보인다.

韓기업들, 트럼프 4년…버틸 것인가, 옮길 것인가

현대차, 美 생산체계·미국통 교체

韓기업들, 트럼프 4년…버틸 것인가, 옮길 것인가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전경. 사진출처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미국 정책 변화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국내 대기업 그룹이다. 지난해 현대차·기아가 글로벌 시장에 판매한 완성차 4대 중 1대는 미국에서 팔릴 정도로 미국은 현대차그룹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시장이 됐다.


트럼프 신정부의 정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경영진부터 미국통으로 교체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는 미국 시민권자이자 20년 가까이 북미에서 활동한 북미영업 전문가다. 여기에 현대차는 미국 외교관 출신의 성킴 사장을 해외 대관 담당으로 영입해 미국 정부와 긴밀한 소통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은 관세에 대비해 미국 현지 생산 체제도 갖췄다. 기존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에 40만대, 기아 조지아 공장 34만대에 지난해 새롭게 가동을 시작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의 생산 능력 35만~40만대까지 더하면 현대차그룹의 미국 현지 생산 능력은 110만대 수준까지 늘어나게 된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기아 미국 판매량의 65%는 현지 생산으로 조달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멕시코나 캐나다에 대한 추가 관세 영향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기아가 멕시코 공장을 가동하고는 있지만 지난해 가동률이 60%대로 높지 않은 데다, 미국에서 인기있는 기아 스포티지, 텔루라이드 등 주력 모델은 모두 미국 현지 공장 또는 국내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관세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 부사장은 "트럼프 신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해 시나리오별로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현대차는 미국 내 생산 비중이 높아 일본차 등 다른 경쟁사 대비 관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철강업계 "中 관세 부과시 韓 반사 이익 가능성"
韓기업들, 트럼프 4년…버틸 것인가, 옮길 것인가 삼성SDI, 사진출처 연합뉴스

철강업계도 관세 부과에 대비해 여러 가능성을 놓고 검토 중이다. 현대제철은 미국 내 자동차 강판 생산기지 건설을 고려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관세에 대응하는 측면도 있고, 현대차의 글로벌 사업에 대응하기 위한 부분도 있다"며 "고로 방식의 제철소의 경우 탄소 중립 기조에 맞지 않아서 어려울 듯 보인다"고 밝혔다.


배터리업계도 미국의 관세 부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국 내 주별 정책을 살피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관세를 더 부과하면 한국에 반사 이익이 있을 것"이라며 "에너지저장장치(ESS)의 경우 프로젝트성 고객사인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 지역에 많이 설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 "美 공장 물량 늘려 매출 유지해야"

전문가들 역시 공장 이전, 공장 간 생산량 조절 등 섬세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문태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미국에 현지 공장이 있는 기업들은 미국 생산량을 얼마나 조정할 수 있을지, 얼마만큼의 관세 부담을 줄일 수 있을지의 고민을 하는 것 같다"며 "그렇지 않은 경우 미국에 생산을 투자해서 공장을 세울지를 고민해야 하는데 이는 쉬운 결정이 아니다"고 전했다. 특히 저비용 생산국 공장 이전 가능성에 대해선 "트럼프 정부가 의도하는바"라며 "다만 공장 이전 자체는 종합적인 판단이 이뤄져야 하므로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옵션에 포함해서 검토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더라도 안심할 순 없다. 지난 29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후보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했던 미국 내 반도체 보조금과 배터리 보조금에 대해서 재검토 가능성을 언급했다. 보조금 지급 기조는 유지하더라도 추가로 조건을 달거나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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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규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2003년 미국 상무부가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해 57.37%의 관세를 부과했지만, 매출이 오히려 증가한 적이 있다"며 "본점과 지점 간 거래를 늘려 미국 내 유진공장에 물량을 보내 내부 생산 매출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국내에서 내부 거래를 유연하게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특례 조항 마련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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