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中 의존도 낮출 대안, 아세안 'BIG 3' 활용"

'트럼프 재집권' 따른 미·중 갈등 심화
한국 기업들 타개책, 아세안 시장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미·중 갈등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중(對中) 의존도를 낮출 방안으로 이른바 아세안 'BIG 3'를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 등의 가파른 경제 성장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말레이시아 랑카위에서 열린 아세안 외무장관 수련회를 앞두고 회원국 국기와 함께 아세안 국기가 놓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3일 발간한 '아세안 BIG 3, 5억 시장을 활용하라'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빠른 경제 성장과 중산층 증가로 아세안 국가들이 매력적인 소비시장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저렴한 생산 비용과 풍부한 원자재,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산업 육성 정책 등에 따라 차세대 생산기지로서의 가치도 크다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다만, 최근 아세안 주요국 수입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답보하거나 오히려 하락하는 양상이다. 예컨대 베트남에선 중국에 이어 2대 수입국을 유지하고 있지만, 점유율은 2018년 20.1% 이후 2022년 17.3%까지 계속 떨어졌다. 인도네시아 수입시장 점유율은 6위, 말레이시아 7위, 싱가포르 5위, 태국 7위 등 다른 국가에서도 점유율이 떨어지거나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연구원은 아세안 시장 중에서도 연평균 5% 이상 경제성장률과 아세안 전체 72%에 달하는 인구를 보유한 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 등 3국에 주목했다. 이들 시장에서 하락 중인 우리 기업들의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나라별 주요 경제발전 정책을 조사하고, 주력 수출 품목의 성장성과 시장성, 정책적 육성 의지와 잠재성 등을 고려해 단·중·장기 유망산업을 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인도네시아의 경우 신정부가 들어서면서 ▲반도체 ▲신재생에너지 ▲누산타라 신수도 건설 등 우선 투자 분야 9개를 선정했고 다양한 투자 촉진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반도체·자동차, 장기적으로는 일반기계·석유화학 등이 유망하다고 내다봤다.

베트남은 자국 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를 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가공·제조 ▲전자·정보통신 ▲신재생에너지를 우선 육성 분야로 지정했다. 이곳에서의 유망 분야는 단기적으로 무선통신기기·차세대 반도체, 장기적으로는 선박과 전기차 등이 유망할 것으로 관측됐다.

필리핀은 전략적 우선 투자 계획을 통해 정부의 중점 투자 산업군을 지정했는데, 해당 산업군에 투자하면 세금 면제, 법인소득세 특별세율 적용 등 혜택이 제공된다. 단기적으로는 석유제품과 첨단 신소재, 장기적으로는 반도체·로봇·에너지 신산업 등이 유망하게 평가됐다.

송효규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경제 안정성·회복성을 위해 아세안과의 경제협력 강화가 절실하다"며 "아세안 국가들이 공통 추진하는 산업 인프라 구축, 디지털 전환 등을 통해 신뢰 관계를 구축하면 좋은 경제협력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