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 전원 명의로 특검법 발의 결정
17일 여야 협상 거쳐 특검법 처리될 듯
윤석열 대통령의 오랜 친구였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6일 윤 대통령의 내란혐의를 수사하는 '비상계엄 특검법' 발의를 두고서 눈시울을 붉혔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에 내란수괴 혐의로 체포된 윤 대통령의 체포와 관련해 비장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윤 대통령은 저의 오랜 친구"라며 "그래서 대통령 선거 당시 제 선거보다 더 열심히 뛰었다"고 했다. 이어 "어젯밤에는 너무나 괴롭고, 내가 좀 더 잘할 걸 자책하면서 정치가 뭔지 깊은 회의를 느끼면서 제대로 잠을 못 잤다"고 말했다. 특검법 발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감정을 추스르기 힘든 듯 눈이 빨개지기도 하고, 목이 메어 말을 이어가기 힘들어하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오늘 우리는 특검법에 대해 논의한다"며 "어제 체포당한 대통령을 오늘 우리 손으로 특검법을 발의해서 수사하겠다고 하는 것이, 정치 이전에 한 인간으로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여러분의 마음을 제가 알고 있다"며 "저 역시 마찬가지 심정"이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그는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담당할 특검법을 발의를 설득해야 하는 현실에 비감해 했다. 그는 "오늘 우리는 특검법에 대해 논의를 해야만 한다"며 "당의 미래를 생각하고 미래를 위한 길을 찾아야만 한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우리 당이 처한 현실, 정말 냉혹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민주당이 만든 내란·외환 특검법이 이번 주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제가 설명해 드리지 않아도 의원님 여러분들께서 잘 아시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외환유치죄나 내란선동죄 등을 수사할 수 있는 야당 주도 특검법이 처리될 경우 국민의힘은 직, 간접 수사 대상이 되어 궤멸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절망감을 토로한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제가 원내대표 출마하면서 '독이 든 성배를 들었다'라는 말씀을 드렸다"며 "오늘이 바로 그 독이 든 잔을 마시는 그런 심정"이라고 했다.
결국 국민의힘은 자체 특검법을 발의하기로 했다. 자체 특검법이 나오지 않을 경우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야당 특검법에 찬성, 결국 대대적인 특검법이 통과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하지만 이 같은 특검법 발의는 결국 여당이 윤 대통령과 거리두기의 첫걸음으로 풀이된다.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최악의 (야당) 법보다는 차악이 낫다는 생각에서 자체 특검법을 발의하기로 의원들이 동의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내일 오전 국민의힘이 자체 특검법이 발의하는 대로 원내 간 협의를 마치고 곧바로 본회의에서 의결하겠다는 방침이다. 협의가 완료될 때까지 본회의를 열어두고서라도 특검법 상정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우 의장과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과거 예산안을 처리할 때 국회를 열어두고 마지막까지 합의하기를 기다렸다가 처리했던 방식으로 특검 관련 내일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특검법은 여당 의원 108명이 모두 서명하기로 했다.
여야는 17일 오전 11시에 원내대표 등이 만나 특검법 절충에 나선다. 여야는 내일에는 법을 처리한다는 원칙 아래 오후 2시에 본회의를 열어 놓고 협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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