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진행된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의 첫 변론준비기일에서 한 총리 측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보다 먼저 심리해 달라'는 주장을 펼쳤다. 정국 안정을 위해 국무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복귀'가 시급하다는 것인데, 국회 측 대리인단은 '모든 불확실성의 원인은 윤 대통령'이라며 이 사건이 우선될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오후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김형두·김복형 수명재판관 심리로 진행된 한 총리 탄핵심판 1차 변론준비기일에서 한 총리를 대리하는 변호인들은 "대통령 탄핵 이후 국정안정을 위해 일해야 할 피청구인이 탄핵되면서 이중의 공백 상태가 초래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에 대해 탄핵소추 청구인인 국회 측 대리인들은 "피청구인(한 총리)이 권한대행을 맡았던 10여일 사이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로 우리나라 외환시장이 크게 요동치는 등 불확실성이 가중됐다"며 "최상목 대행 체제가 들어서고 헌법재판관 2명에 대한 임명이 이뤄지면서 그나마 정국이 안정을 찾아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청구인(한 총리)의 권한대행 복귀가 절실하다는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며 "현재의 정국을 조속히 안정하기 위해서는 이 모든 불확실성의 원인이 됐던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탄핵 사건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이 명백하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한 총리 측 대리인들의 요청에 직접적으로 답을 하진 않았다. 다만 김형두 재판관은 "헌재에 여러 개의 탄핵 사건이 있는데, 각 사건 별로 재판관도 다르고 준비절차도 각각 따로 진행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재판관들마다 절차를 진행하는 날짜가 지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음 2차 변론준비기일 속행일을 내달 5일로 정했다. 사실상 '최우선 심리'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날 한 총리 탄핵심판 변론준비기일에서는 탄핵소추의결서에 담긴 쟁점 정리 및 증인·증거, 재판 일정 등 조율이 이뤄졌다. 한 총리 측 대리인들은 윤 대통령 측 대리인들과 마찬가지로 '헌재법 32조'를 거론하며 헌재의 수사기록 송부를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김형두 재판관은 "헌재법 32조의 사건 기록은 '원본'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심판규칙 39조에 따르면 원본을 제출하기 곤란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인증등본을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규칙에 따라 수사기록 송부촉탁을 전혀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진행된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변론준비기일에서 쟁점이 됐던 '내란죄 철회'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한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사유 중에는 내란 행위의 공모, 묵인, 방조 등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한 총리 측은 "이 사안에서도 동일하게 내란 행위 위반 문제를 철회하는 것인지 (청구인인 국회 측에) 설명을 구한다"며 "방어권을 행사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국회 측 대리인단은 추후 입장을 정리해 서면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의결 정족수도 쟁점이다. 한 총리 측은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의결정족수는 '200명'이라고 주장하며 "의결정족수가 탄핵소추사유는 아니지만, 정족수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이 사건은 각하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문제를 "다음 변론준비기일 전까지 헌재에서 신속히 결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국회 측 대리인단은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의결 정족수는 '150명'이라며 "당연히 가중정족수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며 "선결과제로 판단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지금 뜨는 뉴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사건 의결 당시 본회의 회의록에 의하면 국회의장이 헌법학회와 국회입법조사처 등 의견을 종합 검토해 의결정족수를 판단했다고 기재돼 있다"며 "(청구인 측은) 국회의장의 판단 근거 내지 자료를 찾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굉장히 중요한 쟁점이긴 하지만, 다음 기일에 이것을 결정해 달라는 것은 재판 절차상 맞지 않고, 최종 결정을 선고할 때 결정문에 들어가야 할 문제"라며 "쌍방이 그 부분에 대해 자료를 제출해주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