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으로 경보기 등 작동 안하는 점 노려
"산불 후 약탈·절도 용의자 20명 체포"
미국 서부 최대 도시인 로스앤젤레스(LA)에서 지난 7일(현지시간) 발생한 산불이 여전히 진화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혼란을 틈타 빈집털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9일(현지시간) LA카운티 경찰은 산불을 피해 주민들이 대피해 비어있는 집을 노린 빈집털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밝혔다고 이날 NBC 뉴스 등이 보도했다. LA카운티 경찰은 카운티 전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빈집털이범은 화재로 인한 정전 때문에 주택 경보기와 보안 카메라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점을 노려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 이에 현지 경찰은 약탈을 막기 위해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로버트 루나 LA 카운티 보안관은 "산불 발생 이후 약탈과 절도 용의자 20명을 체포했다"면서 "산불 위기를 틈탄 위법행위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약탈과 범죄로부터 지역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순찰 중"이라며 "강제 대피 명령이 내려진 지역을 배회하는 외부인은 체포 대상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산불 피해를 보지 않은 지역에서 방화로 인해 불이 난 경우도 전해지고 있다. LA에 거주하는 유명 팟캐스터 앤드루 휴버맨은 화재 발생 지역인 팰리세이즈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산타모니카 피코 블러바드에서 일어난 방화 현장을 담은 동영상을 엑스(X·옛 트위터)에 공개했다. 그는 "산불 피해를 보지 않은 지역에 사람들이 불을 붙이고 있다"면서 "방화 때문에 주변 나무들이 불탄다"고 전했다. 이 동영상에는 일론 머스크 등 많은 이들이 현실을 개탄하는 댓글을 달았다.
한편 이번 LA 산불은 역대 산불 중 사상 최고의 피해액을 기록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미 불라르 JP모건 애널리스트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LA 산불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현재까지 500억 달러(약 7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날 추정치보다 두 배 이상 커진 액수다. WSJ은 피해액 가운데 보험사들이 감당해야 할 액수는 200억 달러(약 29조2000억원)로 추산했다. 지금까지 미국 산불 중에서 최고 보험 손실액을 기록한 사고는 2018년 발생한 북부 캘리포니아주 산불로, 당시 보험 손실액은 125억 달러(약 18조2500억원)에 이르렀다.
AP통신, CNN 등 외신에 따르면 9일 오후 9시 기준 LA 카운티에서는 5건의 대형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한 사망자 수는 10명이며, 피해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주LA총영사관은 이번 화재로 인한 한인의 인명피해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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