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보건 재정과 리더십에 진공 상태 남길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팀이 취임 즉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탈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2일(현지시간) 현지 주요매체에 따르면 트럼프 인수팀 관계자들은 복수의 보건 전문가에게 내년 1월20일 취임식에서 WHO 탈퇴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인수팀 내부에서 WHO 내부에 남아 기구의 개혁을 추진하자는 의견과 탈퇴하자는 의견이 맞부딪혔으나 탈퇴론이 우위를 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첫 재임 시기에도 WHO 탈퇴를 시도한 바 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7월 WHO가 중국에 편향적이라고 비난하면서 탈퇴를 통보했다.
다만 통보 후 1년 뒤에 정식 탈퇴가 가능한데, 정권을 넘겨받은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이듬해 1월 취임 당일 곧바로 WHO 복귀를 발표함에 따라 탈퇴가 현실화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올해 대선 승리 후 WHO 탈퇴를 예감하게 하는 행보를 보여 왔다. 특히 '백신 회의론자'로 악명 높은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를 보건복지부 장관에 지명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WHO를 탈퇴할 경우 지구촌 전체의 질병 대응 능력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2022∼2023년 미국은 WHO 예산의 약 16%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로런스 고스틴 조지타운대 교수는 "미국의 탈퇴는 글로벌 보건 재정과 리더십에 커다란 진공 상태를 남길 것이고, 누구도 그 공백을 메울 수 없을 것"이라며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이 탈퇴하더라도 유럽 국가들이 지출을 늘릴 것으로 보이지 않는 만큼 WHO 내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더 확대될 수 있다며 "중국에 리더십을 넘기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영리한 움직임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