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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비트]'어쨌든 출근'했어도 K-직장인의 일상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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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당일 출근·등교 여부 파악 '현실적 고민'
이튿날 해제 후 정상 출근하며 일상 유지

편집자주[찐비트]는 '정현진의 비즈니스트렌드'이자 '진짜 비즈니스트렌드'의 줄임말로, 일(Work)의 변화 트렌드를 보여주는 코너입니다.

기자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 밤, 연락을 주고받던 지인으로부터 사무실에 남아 일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뉴스에서는 군인과 경찰이 국회를 에워싸고 국회의원들이 담을 넘어 본회의장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상부에 제출할 보고서 완성을 위해 계엄 선포 다음 날인 4일 새벽 1시까지 일하다 귀가하던 지인은 공포감을 느꼈다면서 "야근하다가 (계엄군에) 끌려가는 건가 싶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찐비트]'어쨌든 출근'했어도 K-직장인의 일상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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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현실이라 느낄 정도로 느닷없이 이뤄진 계엄 선포에 한국의 직장인, 이른바 'K-직장인'은 당장 내일 출근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현실을 맞닥뜨려야 했다. 평일 한밤중 선포된 비상계엄에 기업들도 대혼란이었다. 여의도에 사무실이 있는 LG전자는 임직원에 재택근무를 권고했다. IT 기업인 네이버와 엔씨소프트는 새벽 중 재택근무를 안내했다가 6시간 만에 비상계엄이 해제되자 다시 사무실로 출근하라고 통보했다. 그렇게 이튿날 오전 K-직장인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대중교통으로, 자차로 출근길에 올랐다.


깜짝 계엄 선포에 맞벌이 부부는 또 다른 현실적인 고민을 떠안아야 했다. 자녀들의 등교·등원 문제였다. 군·경이 총을 들고 국회로 난입, 봉쇄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을 학교와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 안전할지 걱정됐다. 맞벌이 부부의 출근 문제는 학교와 어린이집 휴교·휴원과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에 당장 연차를 써야 하는 상황인 건지 판단해야 했다. 이튿날 새벽 0시 53분경 "모든 업무와 학사 일정을 정상 운영합니다" 교육부에서 보낸 공지를 받고서야 워킹맘·대디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K-직장인의 일상은 그렇게 유지됐다. 만약 비상계엄이 하룻밤 사이에 끝나지 않고 계속됐다면, K-직장인의 혼란도 더 커졌을 것이다. 기업들은 불확실성 속에서 직원들의 안전을 고려한 경영 대책을 내놔야 했을 것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을 보며 개인도 직장에 조치를 요구하고, 일하는 엄마와 아빠는 자녀의 안전을 고려해 맡길 곳을 찾아야 했을 테다.


K-직장인이라는 표현은 주로 자조적으로 사용된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출·퇴근이라는 직장인의 일상을 이어 나간다는 의미를 담는다. "간밤의 비상계엄을 뚫고 출근 완료" 혹은 "아침에 쿠팡도 계엄령 뚫고 로켓배송 왔더라. 참 웃픈 현실"이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글들은 K-직장인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지난해 5월에는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 소식과 함께 "경계경보 발령. 대피할 준비를 하라"는 재난 문자를 출근길 버스에서 받고는 어리둥절하게 주변을 돌아봤던 기억이 또렷하다.



분명한 건 이처럼 출근길에 나서며 일상을 꾸준히 유지하는 K-직장인이 민주주의 시민이며 우리 사회를 떠받치고 있다는 점이다. 매일 출·퇴근하며 아무 일이 벌어지지 않은 듯 보여도 우리는 새벽 내내 뉴스를 지켜보며 놀란 가슴을 달랬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다음날 점심시간에는 동료들과 그날의 불안감을 대화로 나눴다. 출근하지 않는 주말에는 영하의 날씨에 거리로 나가 목소리를 높였다. 계엄 발표가 있은 지 3주가 지난 지금 K-직장인의 시선은 여전히 연일 쏟아지는 계엄·탄핵 소식에 향해 있다. 앞으로도 관심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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