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외환수급 개선방안 발표
원화 용도 외화대출도 일부 허용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역대 최고 환율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원활한 외환수급을 위해 규제를 완화한다. 외환유입을 가로막아 온 은행권의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50% 확대하고, 원화용도로 외화대출을 받는 것도 기업의 시설자금에 한해 허용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20일 이 같은 내용의 ‘외환수급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현재 외국환거래규정상 국내은행은 자기자본 대비 50%, 외국계 은행의 국내지점은 250%까지만 가능한 선물환포지션 한도가 국내은행 75%, 외은지점 375%로 각각 늘어난다. 선물환포지션이란 선물외화자산에서 선물외화부채를 뺀 값으로 정부가 한도를 규제한다. 한도가 늘어나면 은행은 그만큼 더 많은 외화를 들여올 수 있다.
정부는 국제금융·외환시장 환경변화를 고려해 정책 기조를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외환당국은 외환유출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허용하면서도, 유입은 엄격하게 관리해 왔다. 그렇다 보니 외환시장에서는 은행 여력이 충분한데도 조달이 막히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외환보유액이 4000억달러를 상회해 금융위기 때보다 2배가량 많고, 자본시장도 충분히 성숙한 만큼 이제는 외환 수급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연일 치솟는 환율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를 계기로 치솟기 시작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에는 달러당1450원대를 돌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자금시장과 외환시장은 서로 연결돼 있어 선물환포지션을 확대하면 환율 안정에 일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실제 2020년 3월 환율이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을 때도 기재부는 선물환포지션 확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원화용도 외화대출 제한규제도 완화한다. 국내법상 원화를 쓰기 위해 외화를 빌리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외채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정부는 대·중소·중견기업에 한해 외국환은행의 외화대출을 일부 허용키로 했다. 다만 실물경제에 도움이 되는 시설자금 용도일 때만 허용하고, 소상공인은 대상에서 제외한다. 필요할 경우 차주의 환리스크 부담 여력을 고려하고, 환리스크 부담이 낮은 수출기업으로 제한해 추진한다.
이 밖에도 정부는 달러 환전 없는 상대국 통화결제를 확대한다. 한국이 다른 나라와 무역을 하면 대금은 통상 달러를 받게 되는데, 앞으로는 상대국의 화폐로 직접 받게끔 유도한다는 뜻이다. 또 최대 국제채권 거래소인 룩셈부르크 증권거래소의 참여를 유도한다. 엄격한 절차를 완화해 국내 기관이 보다 편리하게 외화를 조달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외화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 규제강화는 유예했다. 정부는 내년 말부터 금융사가 규제를 통과하지 못하면 별도 조치를 취할 예정이었지만, 시행 시기를 내년 6월로 늦췄다. 외환당국과 국민연금 외환스와프는 현재 500억달러 한도를 650억달러로 확대했다. 만기는 올해 종료 예정이었지만 내년 말로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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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는 “시행효과, 국가신인도, 외환시장 등을 면밀히 봐가며 단계적으로 제도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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