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연속 자본잠식… 부채 눈덩이
AK플라자, 600억 유상증자 확정
목표액 1000억원 미달…재무개선 난항
애경그룹의 백화점 계열사 AK플라자가 이달 들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온라인 쇼핑 시장이 확대로 백화점 업황 부진이 계속되면서 이 회사는 십수년간 자본잠식에 빠졌는데, 최근 적자가 누적된 데다 부채까지 급증해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AK플라자는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601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방식으로 이뤄졌으면, 최대 주주인AK홀딩스가 참여했다. AK홀딩스는 애경그룹의 지주회사다.
당초 AK플라자는 이번 유상증자 목표 금액을 1000억원으로 잡았다. 하지만 주요 주주 중 AK홀딩스만 유상증자에 참여, 조달금액이 줄어든 것이다. AK플라자의 주요주주 구성은 에이케이홀딩스(60.09%), 한국철도공사(16%), 애경자산관리(16%) 등이다. 유증 참여 후 AK플라자에 대한 AK홀딩스의 지분율은 60%에서 71%로 늘었다.
1000억원 조달 유상증자 차질
AK플라자가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선 것은 자본 확충을 통해 재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AK플라자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993억원)는 자본금(1598억원)보다 적은 부분 자본잠식이다. 이 회사는 2008년 이후 15년간 부분 자본잠식에 빠졌는데, 지난해에는 무상감자로 자본금을 낮추고, 이익준비금을 통해 결손금을 줄이면서 완전 자본잠식(누적적자로 인해 자본금을 모두 소진한 상태로, 자본총계가 마이너스)을 피해갔다. 2022년 기준 이 회사의 자본금은 2300억원대였지만, 자본총계는 110억원에 그쳤다.
재무구조의 악화 원인은 실적 부진이었다. AK플라자는 10년 전까지 거래액 규모가 2조원 이상을 기록하며 백화점 업계 4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오프라인 시장이 축소되고 업황 부진이 지속되면서 몸집이 줄었고, 이른바 백화점 '빅3'인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과 격차가 더 크게 벌어졌다.
AK플라자가 2018년부터 실행 중인 '친화형 쇼핑센터(NSC)'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NSC는 명품 브랜드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과 상권에 맞는 MD, 서비스를 선보여 지역 고객을 끌어모으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명품 매장이 빠지면서 매출은 크게 감소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보복 소비 열풍으로 명품 소비가 급증하며 백화점 빅3의 점포당 매출액은 1조원~3조원대로 성장했지만, NSC 전략에 따른 점포 출점을 이어갔던 AK플라자는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AK플라자는 전체 점포 매출은 2000억원 수준에 그친다. 영업손실은 2020년 이후 계속되고 있고, 당기순이익도 적자를 기록, 지난해 말 기준 결손금액은 707억원에 달한다. 당기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산출 불가다.
유동부채 2배 급증…애경그룹 계열사 자금 총동원
더 큰 문제는 부채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AK플라자의 부채총계는 6566억원, 부채비율은 약 700%에 달한다. 특히 1년 안에 갚아야 할 유동부채가 6100억원으로 전체 부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중 단기차입금만 2400억원이다. 이 때문에 올해 AK플라자는 유동부채를 갚기 위해 사력을 집중해왔다.
AK플라자는 올해 계열사들을 동원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애경산업으로부터 단기차입 형식으로 500억원을 빌렸고, 지난 6월과 9월에는 한국증권금융과 국민은행으로부터 빌린 돈에 대해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가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받았다. 이외에도 지난 5월에는 인터파크커머스에 AK몰을 5억원에 양도했다.
다만, 애경그룹의 역점 사업인 마포애경타운에 대한 자금 지원은 AK플라자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2008년 12월 설립된 마포애경타운은 경의선 홍대입구역 민자역사에 들어서는 업무, 상업, 숙박 등 복합시설 운영하고, 애경그룹의 홍대 사옥인 ‘애경타워’의 경영과 관리를 맡고 있다.
마포애경타운은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공실이 늘어나 자금난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AK플라자는 올해 5월 마포애경타운 유상증자에 참여 125억원을 출자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90억원의 운전자금을 빌려주기도 했다.
현재 AK플라자는 백화점 4개(수원, 분당, 평택, 원주)와 근린생활형쇼핑몰 7개(홍대, 인천공항, 기흥, 세종, 성수, 광명, 금정)를 운영 중이다
AK플라자 "NSC 전략 통해 수익성 개선"
AK플라자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600억원으로 재무 구조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AK플라자는 흑자인 AK플라자 수원을 운영하는 '수원애경역사'를 흡수합병하며 수익성 개선의 토대를 마련한 바 있다.
또 NSC 기반의 상품 구성(MD)을 강화해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고마진의 패션 장르 중심 MD를 강화하고 지역 상권에 맞는 점포를 입점시켜 공실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지주사인 AK홀딩스는 2027년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현재 6%대에서 10% 이상으로 높인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선 AK플라자의 실적 개선은 필수적인데, 회사 측은 낙관하는 분위기다. AK플라자의 캐시카우였던 'AK수원점'은 신세계와 롯데의 공세 속에서도 약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3분기 누계 기준 AK플라자 수원은 매출액으로 3321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 대비 1.4% 늘었다. AK플라자 관계자는 "스타필드와 타임빌라스가 들어선 이후 수원점의 매출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수원점이 매출을 잘 유지하고 있다"며 "이는 어렵다고만 생각했던 NSC 전략에 대한 성과가 결과로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대 AK&의 공실 문제도 대부분 해소된 상태다. 2021년 만화 관련 상품 판매점인 '애니메이트' 입점시킨 이후 10~20대 어린 고객들의 유입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캐릭터 '시나몬롤 카페' 등도 선보이고 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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