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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정책 긴급진단]정치공백, 통상은 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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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직무정지 권한대행체제선 통상 협상 사실상 불가능
트럼프도 '코리아패싱' 현실화
경제·외교 컨트롤타워 필요

[통상정책 긴급진단]정치공백, 통상은 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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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정지에 따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 돌입하면서 국제무대를 누벼야 할 대한민국호(號)에 짙은 먹구름이 깔렸다. 통상 전문가들은 권한대행 체제로는 국제무대에서 협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국익을 수호하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라는 점에서 방위비와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관세 등 산적한 현안을 사전에 조율할 컨트롤타워를 시급히 구축해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18일 아시아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권한대행 체제인 한국이 미국에 뭔가를 요청·요구할 때 미국 측에서 이를 받아들이는 강도가 현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한국의 협상 대표가 언제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의 입장을 관철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통상정책 긴급진단]정치공백, 통상은 힘이 없다

특히 자국 우선주의 확산은 한국의 권한대행 체제하의 통상역량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걱정도 크다. 김경수 성균관대 글로벌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현 상황에 대해 "아까운 시간이 흐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처럼 국제규범이 작동하고 있다면 권한대행 체제라도 이 룰에 따라 협상을 진행하면 되지만 지금의 세계무역기구(WTO) 등은 껍데기만 남은 상황"이라며 "통상은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자국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설득해 이를 바탕으로 타국과 협상해야 하는데 지금 권한대행 체제는 능동적으로 통상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정치 공백에 '코리아패싱'은 현실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러시아, 일본 그리고 북한까지 언급하면서도 한국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이 같은 상황은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FTA 재개정 등 미국과 조율해야 할 통상 현안이 산적한 한국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시간도 촉박하다.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은 "박근혜 정부 탄핵국면 때 트럼프 1기가 출범했는데 그때는 본인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지금은 이미 경험이 있는 데다 주변 인사들도 검증된 사람들로 보완했기 때문에 (무역 압박이) 당시보다 훨씬 빠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보다는 상황이 긍정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1기 트럼프 때는 대응할 수단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한국이 그냥 당했다"면서 "지금은 조선업 분야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우리에게 협조를 구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큰 차질을 빚지 않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특히 자동차 분야에 거센 통상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당선인은 무역수지 적자 이슈를 많이 강조했는데 (대미) 자동차 수출의 흑자가 70% 이상 나고 있다"며 "자기가 집권했던 시기와 비교해 한국이 너무 큰 수익을 올린다며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도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은 자동차 산업에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멕시코에만 해도 40만대 설비가 있는데 잘 돌아갈지 지켜봐야 한다"면서 "미국의 자동차 판매가는 4만5000달러로 미국 중위소득보다 높은데 관세가 2%만 올라도 900달러나 비싸져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상정책 긴급진단]정치공백, 통상은 힘이 없다 27일 상공에서 바라본 평택항에서 자동차가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 [항공촬영협조=서울경찰청 항공대, 조종사: 경위 신승호-경위 박지환, 승무원: 경위 박상진]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CSA)에 따른 보조금이 중단될 우려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설립 시 390억달러를 반도체 보조금 형태로 직접 지급하고, IRA와 CSA를 통해 반도체와 전기차에 대한 대폭적 지원으로 제조업 생산기지를 미국에 설립하도록 했다.


강 교수는 "반도체와 이차전지 분야에서 직접 보조금을 받거나 받게 될 한국 기업에 대해 원래 약속한 것을 모두 준다는 최종 사인이 안 된 상황"이라며 "바이든 대통령 임기 중에 매듭 지어지면 좋겠지만 국내 정치 상황이 불확실해 이를 강하게 요구할 수 있는 동력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강 교수는 이어 "자칫 반도체와 자동차 등 한국의 생산기반이 미국으로 옮겨가는 것이 가속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면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FTA 재협상하면서 당초 2021년 종료 예정이었던 픽업트럭에 대한 25% 관세를 20년 연장했는데 2기 재협상에선 이 부분을 더 세게 요구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통상이 양국이 주고받는 협상인 만큼 우선 한국이 미국에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정책적 결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방위비 분담금 등 외교와 안보, 투자, 무역 이런 것들을 큰 그림 속에서 한국이 미국과의 이익의 균형을 잡아가야 하는데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주체가 보이지 않는다"며 "국가 정상 수준에서 부처 간 여러 사안을 조정·조율하는 작업이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한·미·일 경제·안보 공조 체제가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놨다. 그는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과 윤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가 한·미·일 공조를 추진했는데 윤 대통령까지 탄핵당하면서 구심점 역할을 할 사람이 없어졌다"며 "한·미·일 공조 체계가 삐걱거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시급히 통상 정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를 마련하고 민관차원의 아웃리치(대외협력)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20일 취임하는 것은 기정사실이고, 정책이 수립되면 이를 뒤집기 어렵기 때문에 통상에 관련해서는 경제부총리가 나서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들어설 인사와 대화채널을 만들고 협상을 준비해야 한다"면서 "국내적으론 연내에 우리의 협상카드를 확실히 정해 미국 측을 만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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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위원은 한국의 강점을 미국과의 협상카드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은 조선업이 쇠락했는데 중국산(선박)에 대한 안보 염려가 있어 한국의 조선업이 제2의 르네상스를 맞을 계기도 될 수 있다"며 "이것을 활용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정교한 대응책을 주문했다. 그는 "자동차 산업은 판매량이 감소하는 상황이고 차량업체가 발표한 내용이 실질적으로 잘 안 굴러가고 있다"며 "대기업이 직접 공급망을 관리하고 싶어도 공정거래법에 걸리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이런 식의 문제들을 정부가 더 세세히 들여다보고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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