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약세로 수출가 하락시 관세 영향 상쇄
과도할 경우 무역 상대국들 반발 위험
중국 당국이 내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폭탄에 대비해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이코노믹타임스 등 주요 외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중국 당국 관계자는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중국이 미국의 무역 조치 위협에 맞서기 위해선 더 강력한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대선 유세 기간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해온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말 이른바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등 마약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중국에 1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통상 관세가 부과된 나라의 통화는 외환 시장에서 수요가 위축돼 가치가 떨어진다. 트럼프 1기 시절이었던 2018년 3월부터 2020년 5월까지 보복 관세 조치로 인해 달러화 대비 위안화의 가치는 12% 이상 하락한 바 있다. 한 소식통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무역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위안화가 달러당 7.5위안까지 떨어질 가능성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위안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는 대신 가치가 떨어지도록 놔둠으로써 수출 기업에 유리하게 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화폐 가치가 하락해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 가격이 저렴해져 관세 영향이 일부 상쇄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위안화 가치가 하락할 경우 중국엔 완화적 통화정책을 사용한 것과 비슷한 환경이 마련된다.
이와 관련해 별다른 논평을 내놓지 않았던 중국 인민은행은 자체 발행하는 파이낸셜뉴스에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위안화 환율 기반이 여전히 "견고하다"며 위안화가 올해 말에 안정되고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한 소식통은 "중국이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지 않고 위안화 절하를 용인하는 것은 통상적인 관행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인민은행이 공개적으로 평가절하 방침을 드러내기보단 위안화 가치를 결정하는 데 있어 시장이 더 많은 권한을 갖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HSBC의 프레드 노이먼 아시아 수석 경제학자는 "통화 조정은 관세의 영향을 완화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옵션"이라며 "다만 이를 너무 공격적으로 사용하면 다른 무역 파트너들의 반발을 초래해 종국에는 중국의 이익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과도하게 떨어뜨릴 경우 미국은 물론 다른 무역 상대국들까지 관세 인상 조치에 동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중국 지도부는 지난 9일 열린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내수 촉진을 강조하며 "보다 적극적인 재정 정책과 적절히 완화한 통화정책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중국이 14년 만에 통화정책을 '완화'로 피벗(정책 전환) 하며 경기 부양에 나선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인민은행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적절히 완화한 통화정책" 기조를 채택했다가 2010년 말 온건으로 전환한 바 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