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불매운동·팬데믹 이후 첫 매출 1조
토종 스파 브랜드도 높은 성장세
고물가·경기침체에 합리적 소비 늘어
제조·유통 일원화(SPA) 브랜드들이 국내 패션 시장에서 호실적을 내고 있다. 고물가와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합리적인 가격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은 SPA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SPA 브랜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2024회계연도에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에프알엘코리아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매출 1조602억원과 영업이익 1489억원을 기록했다. 유니클로가 국내에서 연 매출 1조원을 기록한 것은 2019회계연도 이후 5년 만이다. 영업이익 역시 전년보다 5.4% 늘었다. 9월 결산법인인 에프알엘코리아는 전년도 9월부터 당해년도 8월까지의 실적을 종합해 공개한다.
유니클로는 2019년 벌어진 일본 상품 불매운동인 '노노재팬'의 직격탄을 맞았다. 에프알엘코리아는 유니클로의 일본 모기업인 패스트리테일링과 롯데쇼핑의 합작사다. 에프알엘코리아는 2018회계연도부터 2년 연속으로 1조30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불매운동 직후인 2020회계연도에 6298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반토막 났다. 영업이익 역시 2019회계연도에 1994억원에서 다음 해 88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다만 2021회계연도에 영업이익 529억원을 내면서 곧바로 흑자 전환했고, 2022회계연도에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17% 급증했다.
국내 토종 SPA 브랜드들도 올해 들어 연달아 호실적을 내고 있다. 신성통상이 전개하는 탑텐은 올해 토종 SPA 브랜드 중 유일하게 매출 1조원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탑텐의 지난해 매출은 약 9000억원이었는데, 올해는 잠정 매출 97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랜드의 스파오 역시 올해 지난해보다 25%가량 늘어난 6000억원의 매출을 낼 것으로 예상되고,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전개하는 에잇세컨즈도 지난해 3000억원대의 연 매출을 내면서 매년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무신사가 전개하는 자체브랜드(PB)면서 SPA 브랜드이기도 한 무신사 스탠다드도 흥행을 이어나가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 26일까지 무신사 스탠다드의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 수는 누적 1028만명으로 조사돼 1000만명을 돌파했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대가 43%로 가장 많았고, 30대 고객이 약 30.3%로 그 뒤를 이었다. 20·30 고객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이처럼 SPA 브랜드들이 잇따라 호실적을 거두는 건 고물가와 경기 불황으로 꼭 필요한 의류만 사는 이른바 '요노(YONO)족'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요노족은 'You Only Need One'에서 따온 말로, 불필요하거나 과시적인 소비를 피하고 실용적인 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을 뜻한다. 합리적인 가격과 다양한 제품군을 갖춘 SPA 브랜드가 요노족에게 인기를 얻는 것으로 풀이된다.
SPA 브랜드가 과한 로고나 무늬를 지양하고 깔끔한 디자인의 이른바 '기본템'을 주로 내놓는 점도 인기 비결 중 하나다. 이 같은 기본템들이 깔끔하면서도 다른 옷과 매치해서 입는 등 다양하게 활용하기 좋기 때문이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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