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블룸버그 칼럼]美 비트코인 비축, 나쁜 결과 가져올 것

시계아이콘01분 55초 소요
뉴스듣기 글자크기
[블룸버그 칼럼]美 비트코인 비축, 나쁜 결과 가져올 것
AD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효과로 대선 이후 비트코인이 40% 넘게 급등한 것의 일부 요인으로는 트럼프 당선인이 비트코인을 전략적 비축자산으로 채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존재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 이 같은 아이디어를 옹호했고 친(親) 가상화폐 의원들도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것이 대부분의 미국인에게 어떤 이익이 될지 가늠하기는 어렵다.


비트코인은 몇 가지 긍정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우선 휴대성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수백만달러의 가치의 돈을 썸 드라이브(USB 플래시 드라이브)에 보관할 수 있다. 소유자는 공개 영숫자 키로만 식별된다는 점에서 반익명성을 지닌다. 정부 규제를 받는 은행 등 기존 금융 중개업체에 의존하지 않고도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이체할 수 있다. 또한 주식과 채권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면 분산 투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화폐로 인정받기 어렵다. 변동성이 커서 교환 수단으로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거래는 느리고 비용이 많이 들며 각 거래의 유효성을 검사하는 데 상당한 컴퓨팅 성능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게다가 썸 드라이브를 분실하는 것은 비트코인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의미다.


전통 금융 자산과 달리 이자나 배당금과 같은 현금 흐름과 연결돼 있지도 않다. 가격이 높다고 해서 더 많은 공급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토큰의 수는 2100만개로 제한돼 있으며 이미 2000만개에 가까운 토큰이 생성됐다. 결과적으로 수요가 증가하면 사람들이 기꺼이 투자할 수 있는 실제 돈의 양에 의해서만 가격이 극도로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현재 비트코인 보유자들이 정부 비축금에 대한 아이디어를 반기는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미 의회에 제출된 한 법안은 정부가 5년간 비트코인 100만개를 구매하고, 범죄 기업으로부터 몰수한 비트코인과 함께 최소 20년간 보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제정되면 정부의 매입에 앞서 비트코인을 확보하려는 투자자들이 몰리며 가격이 급등할 게 분명하다.


미국 정부가 모든 사람에게 투자 포트폴리오의 2%를 비트코인으로 구성하도록 장려한다고 가정해보자. 전 세계 주식과 채권의 총 가치는 약 250조달러이므로 2%를 투자하려면 모든 비트코인의 가치가 5조달러, 즉 개당 25만달러여야 한다. 포트폴리오 비중을 4%로 늘리면 가격도 다시 두 배로 뛰어야 한다.


그렇다면 정부나 비트코인을 보유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어떤 이득이 있을까? 좋은 건 없다. 출구 전략이 없으므로 목적은 가격을 더 높이는 것이 목적이지, 정부에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변동성이 큰 토큰을 계속 보유해야 하는 것만을 뜻한다. 매입 자금을 조달하려면 재무부가 차입(부채 상환 비용 증가)을 해야 하거나, 연방준비제도(Fed)가 돈을 찍어내야 한다(인플레이션 촉진). 후자는 Fed가 미국 정부 부채를 현금화하는 것과 거의 다르지 않을 것이다(의회 법안에서 제안한 대로 Fed가 정부의 금 보유고를 활용하도록 지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트럼프 행정부가 신생 가상화폐 산업을 정말로 지원하고 싶다면, 산업이 안전하게 개발되고 운영될 수 있는 일련의 법률과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1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는 토큰인 스테이블코인이 Fed의 예치금이나 단기 재무부 증권으로 완전히 뒷받침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토큰이 통화인지 증권인지, 누가 규제하는지에 대한 입법적 정의를 내려야 한다. 소비자를 보호하고 테러 자금 조달이나 불법 마약 판매와 같은 범죄 활동에 사용되는 것을 금지하는 규칙도 제정해야 한다.


가상화폐는 기술은 금융 시스템을 개선할 잠재력이 있는 건 사실이다. 사람들이 금융 자산을 거래하거나 이주민이 가족에게 돈을 보내는 것을 효율적으로 만들어준다. 그러나 강력한 보호 장치가 없다면 사기와 남용이 지속될 것이며 이런 혜택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신뢰가 훼손될 것이다.


빌 더들리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전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AD

이 글은 블룸버그의 칼럼 ‘A Bitcoin Reserve Would Be a Bad Deal for Americans’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블룸버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04.1706:10
    정갑영 전 총장 "갈등 풀려면 경제 성장해야…해법은 교육"
    정갑영 전 총장 "갈등 풀려면 경제 성장해야…해법은 교육"

    편집자주헌법재판소가 대한민국 공동체의 분열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은 변화의 마중물이다. 고난과 역경 앞에서 좌절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회복력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제는 혐오와 반목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다. 60일도 남지 않은 제21대 대통령선거는 중요한 시험대다. 다시 갈등과 혼돈의 늪에서 헤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고,

  • 25.04.1610:10
    김형오 "개헌으로 제왕적 대통령제 결별해야"
    김형오 "개헌으로 제왕적 대통령제 결별해야"

    편집자주헌법재판소가 대한민국 공동체의 분열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은 변화의 마중물이다. 고난과 역경 앞에서 좌절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회복력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제는 혐오와 반목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다. 60일도 남지 않은 제21대 대통령선거는 중요한 시험대다. 다시 갈등과 혼돈의 늪에서 헤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고,

  • 25.04.1010:00
    손봉호 “헌재 결정에 승복 안하면 자해행위”
    손봉호 “헌재 결정에 승복 안하면 자해행위”

    편집자주헌법재판소가 대한민국 공동체의 분열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은 변화의 마중물이다. 고난과 역경 앞에서 좌절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회복력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제는 혐오와 반목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다. 60일도 남지 않은 제21대 대통령선거는 중요한 시험대다. 다시 갈등과 혼돈의 늪에서 헤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고,

  • 25.04.0911:19
    정세균 "국민통합 안 되는 원인은 정치…갈등 조장 세력 단절해야"
    정세균 "국민통합 안 되는 원인은 정치…갈등 조장 세력 단절해야"

    편집자주헌법재판소가 대한민국 공동체의 분열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은 변화의 마중물이다. 고난과 역경 앞에서 좌절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회복력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제는 혐오와 반목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다. 60일도 남지 않은 제21대 대통령선거는 중요한 시험대다. 다시 갈등과 혼돈의 늪에서 헤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고,

  • 25.04.0811:41
    양극단으로 쪼개진 사회…회복과 통합, 그 해법은
    양극단으로 쪼개진 사회…회복과 통합, 그 해법은

    "신뢰가 없으면 공동체 구성원 간에 믿음이 없으니, 나라가 바로 설 수 없다." 정치 원로인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8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춘추시대 유학자인 공자(公子)가 남긴 말을 전했다. 지난겨울 비상계엄의 충격파 속에 혼돈에 휩싸여 있던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한 얘기다. 문 전 의장은 "공자 말씀이 ‘정치가 무엇이냐’를 물으면 군사(국방, 안보)와 식량(경제), 믿음(공동체) 3가지를 말했다"면

  • 25.04.1807:39
    양기대 "통합 필요한 세력 진정성 있게 껴안아야"
    양기대 "통합 필요한 세력 진정성 있게 껴안아야"

    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 전직 의원들의 모임인 '초일회' 간사인 양기대 전 국회의원이 아시아경제 유튜브 채널 'AK라디오'에 출연했다. '희망과 대안 포럼' 이사장이기도 한 양 전 의원은 "정권 교체가 중요하다"며 "제3세력 태동 가능성은 사그라들었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누가 정권을 잡든 대선 이후 경제적 불평등 등에 대한 깊은 통합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17일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 서울 중

  • 25.04.1308:00
    테슬라 폭락에 백악관 나간다는 머스크…트럼프와 멀어지나
    테슬라 폭락에 백악관 나간다는 머스크…트럼프와 멀어지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정부효율부 수장인 일론 머스크가 조만간 정부를 떠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내용으로,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머스크도 떠날 시점이 올 것이다. 아마 몇 달 후가 될 것 같다"라고 발언하면서 머스크의 조기 사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머스크가 이탈리아 극

  • 25.04.1207:00
    드론 격추하기 시작한 북한군…수세로 몰린 우크라
    드론 격추하기 시작한 북한군…수세로 몰린 우크라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군이 초기 고전에도 불구하고 현대전 전술에 빠르게 적응하며 전세를 역전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가 점령했던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군을 앞세운 러시아군의 반격으로 우크라이나군이 후퇴를 거듭하면서 자국 국경 방어에 나서야 하는 상황으로 전환됐다. 초기에는 무인기(드론) 전술에 적응하지 못해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던 북한군이 짧은기간 내에 드론 대응 전술을 익

  • 25.04.0609:01
    이상돈 "국민의힘 플랜B가 없다…변화에 한계"
    이상돈 "국민의힘 플랜B가 없다…변화에 한계"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관 전원일치 8 대 0으로 파면됐다. 한국 정치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대통령이 파면됐다. 불행한 역사다. 지난 4일 오후 3시 아시아경제 유튜브 채널 'AK라디오'에 출연한 이상돈 전 의원은 "국민의힘이 플랜B가 없다"며 변화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터뷰 전문은 아래 영상을 통해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8:0으로 파면됐다.영어로 표현하면 심플 앤드 클리어다.

  • 25.04.0608:00
    파나마 운하 둘러싼 미중 패권대결…난처해진 홍콩재벌
    파나마 운하 둘러싼 미중 패권대결…난처해진 홍콩재벌

    최근 파나마 운하 항구 운영권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홍콩 재벌 리카싱 회장이 양국의 압력 속에서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 리카싱이 이끄는 CK 허친슨 그룹은 파나마 운하 항구 2곳의 운영권을 미국 투자기업 블랙록에 매각하려 했으나, 중국 정부의 강력한 압박으로 최종 계약 단계에서 보류하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비즈니스 거래를 넘어 글로벌 해양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간 치열한 경쟁의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