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세계에서 유동성 가장 많아"
"한국인 투자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 진입·출구 유동성을 보유한 사람들이다."
엑스(X·옛 트위터) 등 미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월가 분석가들만큼이나 막대한 영향력을 누리는 인기 금융 인플루언서 '제로헤지'가 4일 새벽 남긴 말이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가 일시적으로 급락했는데, 이런 움직임 뒤에 '한국 개미'가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 전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가상자산 시장은 일시적으로 '휘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트코인은 한때 약 30% 폭락하면서 한 달 반 만에 처음으로 8000만원대로 내려갔다. 국내 주요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빗썸 등 애플리케이션(앱)은 일시적으로 이용자가 몰리면서 접속 오류가 발생했다.
다만 혼란은 빠르게 수습됐다. 비트코인 1개 가격은 3일 오후 10시57분께 8800만원대로 주저앉은 뒤 3분 만에 1억원대를 회복했고, 이후 오후 11시40분께 1억2000만원대로 올라섰다. 4일 오전 9시30분 기준으로는 1억3000만원대에 거래되면서 이전 수준을 복구한 상황이다.
즉 계엄 선포 이후 잠깐 위축됐던 국내 투심이 전체 가상자산 시장에 파문을 미칠 만큼, 한국인 투자자들이 가상화폐의 '큰손'이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셈이다. 실제 제로헤지의 발언 이후 여러 미국 투자자들은 "한국인들이 (오늘) 가상화폐 시장 운전수였다", "패닉 셀을 하더니, 순식간에 패닉 바잉으로 돌아왔다" 등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 개미들이 가상화폐 시세의 '운전수'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가상화폐 중 하나인 '리플' 거래량은 순전히 한국인 투자자들이 끌어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가상화폐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는 지난 2일 리플의 시가총액이 전 세계 가상화폐 3위에 올라섰다며 "특히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량이 가장 많이 늘어났다"고 짚은 바 있다.
가상화폐는 투자자들 사이의 화두일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일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를 2년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에 동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가상자산 소득 과세는 내년 1월1일 시행 예정이었으나, 국내 투자자들의 완강한 반발에 직면한 상황이었다.
특히 2030 세대 유권자들이 가상화폐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당시 기획재정부가 가상화폐 과세 방안을 담은 세법 개정안을 예고한 당시에도 젊은 층의 반발이 심했다.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금융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한다'는 청원 글이 올라와 무려 20만건 넘는 동의를 받기도 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