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대 올해의 단어 '뇌 썩음'
'하찮은 자료 많이 소비해 지적으로 퇴보' 뜻
문헌 첫 등장은 1854년 소로 저서 '월든'
해마다 옥스퍼드 사전이 선정하는 '올해의 단어'로 '뇌 썩음'(brain rot)이 선정됐다.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이날 영국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가 올해의 단어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뇌 썩음'이라는 단어는 사소하거나, 하찮게 여겨지는 자료를 과도하게 소비해 한 인간의 지적·정신적 상태가 퇴보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이 대학 출판부는 영미권의 대표적인 사전 중 하나로 꼽히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을 발간하고 있다.
옥스퍼드대 출판부는 이 단어가 "저급한 온라인 콘텐츠,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과잉 소비 때문에 생기는 악영향에 대한 우려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2024년에 새롭게 두각을 나타냈다"고 했다. 또 '뇌 썩음'이 올해의 단어로 선정된 배경에는 SNS를 비롯한 온라인에 정신적, 지적 상태를 퇴보시키는 사소한 정보들이 넘쳐나는 세태가 반영된 것이 있다고 전했다.
이 단어는 최근에 부쩍 눈에 띄긴 했지만, 신조어는 아니다. 이 단어가 처음 문헌에 기록된 것은 1854년 출판된 미국의 생태주의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고전 명작 '월든(Walden)'이라고 가디언은 밝혔다. '월든'은 자급자족을 강조한 소로가 문명사회를 벗어나 월든 호숫가에서 홀로 지낸 시간을 기록한 책이다.
옥스퍼드 사전을 출판하는 옥스퍼드 랭귀지의 캐스퍼 그라스월 회장은 "'뇌 썩음'은 가상 세계에 대해 알게 된 위험, 우리가 여가를 어떻게 사용할지와 관련된 단어"라면서 "인간과 기술에 대한 문화적 대화에서 다루기 시의적절한 주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단어가 디지털 콘텐츠의 사용과 창작에 큰 책임이 있는 Z세대(15~29세)와 알파 세대(14세 이하)에 의해 주로 쓰인다는 사실 또한 흥미롭다"고 덧붙였다.
옥스퍼드 올해의 단어 후보에는 ▲얌전한, 단정한 등으로 번역되는 '드뮤어(demure)'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을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것을 의미하는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 ▲연애 소설과 판타지 소설을 결합한 문학 장르인 '로맨타시(romantasy)' 등 총 6개의 단어가 경합했다. 이 6개 어휘는 언어학자 등 전문가 4인의 논의 끝에 선정했으며, 이후 옥스퍼드대 출판부는 대중 3만7000여명이 참가한 투표와 공적인 논의 등을 거쳐 최종 단어를 정했다.
지난해에는 카리스마(charisma)에서 파생돼 '사람을 홀리는 매력'이라는 뜻으로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한 '리즈(rizz)', 2022년에는 '사회적 규범을 거부하는 뻔뻔한 태도'를 뜻하는 신조어 '고블린 모드(Goblin mode)',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였던 2021년에는 백신 접종을 의미하는 '백스(vax)'가 옥스퍼드 올해의 단어로 선정됐다.
한편 케임브리지 사전은 '매니페스트(manifest)'를 2024년 단어로 뽑았다. 이 단어는 원하는 것이 실제로 이뤄지도록 상상하는 것을 뜻한다. 또 온라인 사전인 딕셔너리닷컴(Dictionary.com)은 '드뮤어(demure, 얌전한·단정한')', 콜린스 사전은 영국 팝스타 찰리 XCX의 앨범을 계기로 '망나니'에서 '쿨한, 멋진'이라는 긍정인 뜻으로 의미가 바뀌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한 '브랫(brat)'을 올해의 단어로 각각 선정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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