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남단에 위치한 미야자키현은 날씨가 좋고 풍광이 좋아 일본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이곳에서 인구 18만명의 미야코노조시도 농업과 목축업으로 유명하다. 특산품은 소주와 고기다. 소와 돼지, 닭의 출하가 전국 1위다. 술은 고구마소주(구로기리시마)로 유명한 기리시마주조의 본사와 공장, 술 제조와 체험 등을 즐기는 ‘기리시마 팩토리 가든’이 있다. 사케와 와인 등도 생산하고 있다.
2008년 고향납세 제도가 시행됐지만 이곳에 들어오는 기부는 적었다. 고향납세는 자신의 고향이나 기부하고 싶은 지역을 선택한 후 해당 지자체에 2000엔(1만 8000원) 이상 기부하면 기부금 수령증명서와 답례품을 전달하고, 세액공제를 받는 제도다. 당시 미야코노조시가 유치한 기부액은 1000만원도 되지 않았다.
2012년 취임한 이케다 다카히사 시장은 동일본 대대지진 이후 고향납세에 관심이 늘어나자 이 열기를 지역에 연결하고자 생각했다. 인사이동을 앞두고 희망부서 등을 받았는데 눈에 띄는 글을 봤다. 농산원예과에서 일하던 15년차 직원이 "과거에는 여러가지 희망을 썼지만 올해는 ‘지루하다’라면서 대충 써 냈기 때문이다. 시장은 "지루하다고? 그럼 일을 시키자"라고 생각해 이 직원을 고향납세를 관할하는 새 부서로 보냈다. 시장은 그러면서 지명도도 낮은 지방 소도시에서 인구를 늘리고 기부액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생각했다. 지역 명주이고 고구마소주로 알려진 ‘구로기리시마’를 전면에 내세우자고 생각했다. 여기에 추가로 술과 최적의 조합이고 지역 특산품인 고기를 결합했다. 답례품 사이트를 만들어 다양한 상품을 내거는 대신 선택과 집중을 한 것이다.
"하고 많은 것 중에서 왜 술과 고기에 집중하냐"며 반발이 있었지만 설득해 나갔다. 지루하다고 보낸 부서의 직원들도 발로 뛰었다.미야코노조시는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고향납세 기부액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기부액 총액은 193억8400만엔(1750억원)으로 술과 고기로 유명한 도시에서 고향납세 1위 도시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일본 1800여개 자치단체가 모은 기부액 총액은 1조1175억엔(10조원)으로 첫 1조엔 시대를 열었다. 기부자는 1000만2000명으로 역대 최대다. 미야코노조시에 이어 기부액 2위는 유빙의 도시로 알려진 홋카이도의 인구 2만명의 시골마을 몬베츠시(192억1300만엔, 174억원)다. 이곳의 답례품 전략도 차별화, 세분화다. 수산업과 수산가공업 등이 발달한 지역잡게 가리비와 대게, 새우 등 해산물이 인기가 많다. 특히 해산물도 품목에 따라 수량, 부위, 보관상태(냉동,건조) 등을 세분화했다. 기부액 3위는 오사카의 이즈미사노시(175억1400만엔)로 소고기 가운데서도 안창살과 우설을 특화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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