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 관리하는 수목진료·수목치료사
산림청에서 자격시험 주관하는 전문직
전망도 탄탄…5060 세대 '제2의 직업'
사람, 동물에게만 의사가 필요한 게 아니다. 식물도 진료를 받아야 한다. 산림청이 직접 자격시험을 주관하는 일명 '나무 의사'가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에 주목받는 이유다. 시험 난도가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응시생들의 관심이 뜨거운 인기 직업이다.
거리에 선 가로수들, 실은 오염에 취약해
나무의사의 국내 공식 명칭은 수목진료전문가, 혹은 수목진료치료사다. 쉽게 풀어 나무의 병충해 오염 수준을 측정하고 치료하는 직업이다. 숲이나 산에 우거진 나무부터 도심에 가지런히 배치된 가로수에 이르기까지, 나무는 오염에 매우 취약한 생물이다. 해충에 감염될 수도 있고, 매연 등 해로운 물질에 노출돼 건강을 잃기도 한다.
도시 내 녹지 조성이 시민의 웰빙과 직결된 시대인 만큼, 나무의 건강은 우리 모두를 위해서도 중요한 사항이다. 과거엔 가로수 병충해 제거 작업을 주로 비전문가들이 맡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는데, 병충해가 발생하면 무분별하게 약제를 뿌려 부작용이 컸던 탓에 전문적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 때문에 산림청은 2016년 발의된 산림보호법 개정안을 토대로 '나무의사' 제도를 신설했다.
나무의사 자격시험에 통과하면 수목진료 자격이 주어지는데, 이들은 도심 내 수목 피해를 진단·처방하고 그 피해를 예방하거나 치료하기 위한 모든 활동을 수행한다. 2018년 산림보호법 개정 이후 현재 한국의 나무 진료는 수목진료, 수목치료 두 종류의 국가 전문 자격을 갖춘 1종 나무병원만 수행할 수 있다.
시험 난도 높지만 전망 탄탄…'제2의 직업' 인기
나무 의사의 시험 난도는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차 시험엔 2237명이 응시해 단 26.2%만 합격했다고 한다. 그러나 나무 의사를 향한 관심은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특히 다른 나무 의사는 다른 자격증보다 유독 50대 이상 응시생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은퇴 후 새 진로를 고민해야 할 5060 세대 '제2의 직업'으로 사랑받고 있다는 뜻이다.
가로수 등 도심 내 수목을 관리한다는 특성상 접근성이 좋고, 다른 연령층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전원, 조경 등에 대한 관심이 높은 중·장년층에 매력적인 직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망이 안정적이라는 점도 인기의 비결이다. 고급 조경을 갖춘 대형 아파트 단지나 도시 내 공원이 늘고 있으며, 수목 관리는 저탄소 시대 대비를 위해서도 필수적인 정책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에서 활동 중인 나무의사는 742명, 전국 나무병원은 1000여개에 이른다. 병원 중 다수가 아직 전문 나무의사를 확보하지 못한 만큼, 수목진료전문가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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