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대상으로도 찾아가는 '마음안심버스' 타보니…
"내 자녀가, 가족이 세상을 떠났는데 상담받는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냐고 손사래 치는 분들도 계시죠.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런 분들이야말로 정말 도움이 필요할 수 있어요. 계속 설득해서 대면 상담을 하고, 증상에 따라 병원에 가도록 안내하거나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집중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해 드립니다."
정부가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현장에 투입해 피해자나 목격자들의 심리 회복을 지원하는 마음안심버스가 50대에 이르고 있다. 2018년 버스 한 대로 시작해 6년 만에 제주를 비롯한 전국 곳곳 지방자치단체가 참여 중이다. 이동이 자유롭고, 재난 현장에서도 분리된 별도의 공간에서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을 제공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재난 상황이 아닌 평소엔 노인이나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마음 상태를 점검하고, 공공기관이나 기업체의 요청이 있을 땐 감정노동으로 인한 트라우마 극복, 직무스트레스 해소 등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찾아가는 심리지원, 대국민 트라우마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 활동 등을 하고 있다. 이 찾아가는 마음안심버스는 올해 들어서만 약 3200회 운영되며 12만명이 넘는 국민들에게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했다.
26일 세종시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 등장한 마음안심버스에 올랐다. 평소 취재 활동과 마감 시간 등으로 시간에 쫓기고 스트레스 많이 받는 기자 본인의 마음건강 상태를 측정하고 상담을 받기 위해서다.
45인승 대형버스를 개조한 마음안심버스는 말하자면 '이동형 상담실'이었다. 좌석을 모두 제거한 버스 내부는 검사실, 심리상담실 등으로 공간이 나뉘어 있어 동시에 최대 2명이 각각 정신건강전문요원으로부터 심리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우선 차량 내부에 설치된 '뇌파 맥파 스트레스 진단기'를 머리에 쓴 채 잠시 기다렸다 검사 결과지를 받았다. 기계를 통해 분석된 뇌파와 맥파로 상담자가 느끼는 스트레스 수치를 데이터화하고 어떤 위험이 있는지 파악하는 과정이다.
충청권 트라우마센터 소속의 전혜양 상담사(정신건강전문요원)는 "우리가 큰 스트레스를 갑자기 경험하거나 오랫동안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자율신경계에서 저각성이나 과각성이 발생하게 된다"며 "현재 보통 수준의 피로감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신체 피로도는 '관심' 수준으로 나타나 적절한 휴식이 필요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교감, 부교감 신경 또한 모두 정상 범위 안에는 있어 자율신경의 건강도 자체는 오히려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뇌파 검사를 통해 나온 뇌 스트레스(Brain Stress) 수치는 가장 높은 수준인 10점이 나왔고, 마음이 편안하다고 느낄 때 많이 나오는 알파(α)파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이에 따라 전체 뇌 점수(Brain Score) 또한 '잘 관리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기준점인 70점에 한참 못 미치는 56점에 그쳤다. 통상 대인 갈등, 학업이나 업무에 대한 고민, 생각 등이 많을 때 스트레스 수치가 높아지는데, 오랫동안 지속될 경우 불안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등으로 연결된다는 게 상담사의 설명이었다. 다만 스트레스가 높은 상황에선 집중력과 주의력이 분산될 수 있지만, 기자의 집중력은 꽤 높고 균일한 편으로 나타났다.
전 상담사는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꾸준히 업무에 집중하는 좋은 기질이 있지만, 반대로 이런 분들은 휴식할 때에도 편안하게 쉬기보다는 머릿속으로 계속 뭔가를 신경 쓰거나 걱정스러운 일이 있을 때는 심하게 몰두하면서 스스로를 더 스트레스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때로는 여행이나 운동 등 무언가를 하면서 몸과 마음을 이완하고 편안함을 느끼려 하기보다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마치 멍 때리듯 시간을 보내거나 일상에서 눈으로 아름다운 그림을 보고, 좋은 향기를 맡는 등 소소한 감각적인 활동을 하며 생각을 비우는 연습을 하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스스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고 느낄 때는 크게 한숨 쉬듯, 복식호흡을 반복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운동선수가 평소 꾸준히 기초체력을 기르는 것처럼, 대부분의 직장인은 업무 중에 느끼는 답답함, 긴장감을 복식호흡을 통해 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본인의 마음 상태가 건강하지 못하고 힘들다고 느낄 때, 각종 민원 응대나 감정노동으로 번아웃이 됐을 때, 각종 사건·사고로 인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을 경우 각 지역에서 운영 중인 마음안심버스를 찾아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적극 권했다.
전 상담사는 "마음안심버스는 단일(일회성) 상담에 가깝지만 상담사에게 불안하고 우울하고 힘든 상황을 이야기하고 공감을 받는 과정에서 자신의 상태를 들여다보고 비정상적인 심리 상태를 정상화하는 과정을 경험하기도 한다"며 "추가적인 상담이나 치료가 필요한 분들은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다른 정신건강 서비스와 연계해 도움이 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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