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고야 위치한 도요타 산업기술 기념관
창업주의 그룹 설립 과정과 역사·정신 기려
'그룹 모태' 방직 사업부터 자동차 사업까지
기술 혁신·역사의 학습의 장…사회·경제에 기여
"도요다 키이치로 도요타자동차그룹 창업주는 뛰어난 엔지니어이자 발명가였습니다. 기술과 제조업에 진심이었던 창업주의 정신은 지금의 직원들에게도 계승되고 있습니다."
22일 일본 나고야 공항에서 한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도요타 산업기술 기념관. 기념관의 학예사로 일하고 있는 오쿠가와 미치타카 시니어 어드바이저는 국내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도요타의 생산기술 엔지니어로 근무하다 지난해 정년퇴직한 그는 올해부터 도요타의 역사를 전시하는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는 학예사로서 기업의 역사를 관람객에게 어떤 방식으로 보여줄지 고민하는 역할을 맡았다. 기업사의 일부분에서 재미있는 부분을 발췌하기도 하고 그에 어울리는 전시물이나 사진, 차량 등을 어떻게 배치할지도 구상한다. 그는 "내가 생산기술 엔지니어 출신인 만큼 생산기술 부문 전시를 소개할 때는 아무래도 더 마음이 간다"고 말했다.
도요타자동차그룹은 창업자인 도요다 키이치로의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1994년 이 기념관을 설립했다. 나고야 시에 위치한 이 기념관은 도요타그룹의 시작을 만든 방직기계 연구·개발 공장 부지에 세워졌다. 그룹의 발상지에 기업의 역사를 기리는 박물관을 만든 것.
기념관 입구에 들어서자 거대한 원형 직기 기계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 원형직기는 최소한의 공정으로 넓은 천을 직조할 수 있는 기계로 당시엔 획기적인 신문물이었다. 도요타그룹의 창업주 도요다 사키치가 1906년 세계 최초로 발명했다. 120여년 전의 역사적 전시물을 기업 차원에서 보유하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도요타그룹이 이 박물관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었다.
기념관의 전시는 크게 섬유기계관과 자동차관으로 나뉜다. 그룹의 모태가 된 방직사업을 설명하는 전시에서는 130년 전에 개발된 초창기 자동직기의 모습을 보여주며 관계자가 직접 시연을 하기도 했다. 기술 설명을 위한 소장·복제품을 관리하고 유지·보수하는 도요타의 노력이 인상적이었다.
자동차관에는 창업주의 아들인 도요다 기이치로의 활약을 조명했다. 1930년대 초기 자동차 개발을 고민하던 기이치로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도요타그룹은 당시 철강 소재 테스트 공장의 바닥과 벽돌, 지붕까지도 그대로 가져와 기념관에 재현했다.
1층으로 내려오자 1936년 출시한 도요타 AA형 승용차, 1955년 생산된 크라운 등 시대를 대표하는 초창기 차량과 올드카들이 20여대 넘게 전시돼있었다. 시대별 대표 차량의 지면 광고 사진을 전시하고 만화적인 요소를 가미한 기업의 역사 소개도 참신하게 느껴졌다.
도요타그룹은 주조-단조-용접-도장-조립 등 도요타 생산라인을 축소해 관람객이 차량 생산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꾸몄다. 또한 대량생산이 시작된 과거 최초의 공장과 현재의 공장을 비교해서 볼 수 있었다.
2007년 이 기념관은 일본 경제산업성이 공인하는 '근대화 산업 유산'으로 등재됐다. 일본 산업 유산의 가치를 교육하는 장소이자 지역사회의 기여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도요타 관계자는 "이곳은 제조업의 역사에서 미래를 내다보는 배움의 박물관"이라며 "제품 제조의 장인 정신(모노즈쿠리) 역사에 대한 학습의 장으로 사회·경제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나고야(일본)=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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