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측, 시위 피해 금액 약 54억 추산해
총학, SNS에 '대학본부 면담 속기록' 공개
공학 전환 철회될 때까지 본관 점거 예정
학교 측이 공학 전환 논의에 시위를 벌였던 동덕여대 학생들이 학교 측과의 면담 이후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총학생회가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래커칠은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22일 동덕여대 총학생회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한 '대학 본부 면담 질문지·속기록'을 보면 총학은 21일 학교 측과의 면담에서 "학교 본관, 100주년 기념관 등 점거는 학생회 주도하에 진행된 부분이 아니다"고 발언했다.
특히 총학은 "학생회 주도하에 진행된 부분이 아닌 학우분들이 분노로 자발적으로 행동한 것"이라며 "학생회가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총학 측은 '2024 동덕 진로 취업 비교과 공동 박람회'의 기물에 래커를 칠해 재물을 손괴한 사실에 대해서도 "다시 말하지만 저희가 학우들에게 지시한 게 아니다. 월요일에 업체 대표가 왔을 때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도 처음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총학생회와 직접적인 관계성이 없다. 직접적인 관계성을 찾는데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교무처장이 '업체는 총학생회가 그런 것이라 생각하고 변상해달라며 보냈다'라고 하자 총학생회는 "3억3000만원 못 낸다. 저희가 어떻게(내느냐)"라고 반문했다. '학교에서 변상할 생각이 없다'라며 재차 대응을 묻는 교무처장의 질문에도 '총학생회는 모른다. 변상할 수 없다'라는 취지로 답했다.
앞서 동덕여대 측은 이번 시위로 발생한 피해 금액을 약 24억4000만~54억4000만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박람회 측에서 청구한 금액은 3억3000만원이다. 지난 11일 시작된 시위는 열흘이 지나 공학 논의를 잠정 중단하기로 학교 측과 총학생회가 합의하면서 일단락됐다.
동덕여대 총학 "공학 전환 철회될 때까지 본관 점거 계속"
면담이 있은 지 하루 후인 22일 동덕여대 총학생회가 남녀 공학 전환이 철회될 때까지 본관 점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전날 이뤄진 처장단 면담에 대한 입장문을 이날 내고 "대학 본부가 제시하는 방안이 실질적으로 학생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을 때까지, 우리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때까지, 남녀 공학 전환에 대한 철회가 이뤄질 때까지 본관 점거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학생회는 "대학 본부는 기존과 다른 민주적인 의견 수렴 절차 구조를 가져올 것을 중앙운영위원회(학생대표기구)와 약속했다"며 "학생 의견 수렴 절차는 교무회의 이전에 이뤄져야 하며 형식적인 것과 달리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학교 측에 요구했다. 학생 측은 대학 본부가 교무회의 이후 간담회를 통해 일방적으로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우려를 표해도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을 수년간 보여 줬다는 입장이다.
한편 총학생회는 학교 측과 이뤄진 합의를 바탕으로 이날부터 본관을 제외한 백주년기념관과 인문관 등 건물에 대한 점거를 푼다. 아울러 학우들에게 강의실 문을 막는 등의 수업 방해 행위를 지양해달라고 공지했다. 다만 총학생회는 "중앙운영위원회는 계속해서 자발적으로 수업 거부를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동덕여대는 전날 남녀공학 논의를 잠정 중단하고 향후 논의 재개 시 학생들과 협의를 통해 진행하겠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학교 측이 발표하는 것을 전제로 본관을 제외한 강의실 봉쇄 해제와 수업 재개에 합의했다. 대학 본부와 학생 측은 오는 25일 이에 대한 추가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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