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사랑인 줄 알았는데 사기였다"…우후죽순 느는 로맨스스캠

시계아이콘01분 31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글자크기

올해 상반기 피해액 454억원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법적 구멍

"배가 망가져 고쳐야 할 것 같아. 내가 짐을 보낼 테니 통관비를 좀 보내줄래?"


"사랑인 줄 알았는데 사기였다"…우후죽순 느는 로맨스스캠
AD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접근하고 유대감을 쌓은 뒤 금전을 요구하는 '연애 빙자 사기'(로맨스스캠)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사기 수법이 지능화되면서 피해 규모 역시 늘고 있으나 현행법상 단서 조항으로 인해 피해자 보호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2~6월 5개월간 집계된 로맨스스캠 피해 건수는 628건, 피해액은 약 45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가정보원(국정원)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신고한 피해액인 138억원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치다. 지난해 국정원 111센터에 접수된 로맨스스캠 신고 건수는 126건으로 2019년(38건)과 비교해 4배 가까이 늘었고, 같은 기간 피해액도 8억3000만원에서 55억1200만원으로 6배 이상 증가했다.


"사랑인 줄 알았는데 사기였다"…우후죽순 느는 로맨스스캠

로맨스스캠은 1인 가구 증가, SNS 발달 등 현대사회의 특성을 교묘하게 파고든 범죄 수법이다. 가해자들은 주로 프로필에 가짜 사진과 경력 등을 게재하고 신뢰감을 주는 방식으로 범행 대상을 물색한다. 이후 장기간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온라인 연인 관계'로 발전, 각종 명목으로 금전을 요구하기 시작한다. 가해자들은 군인, 유학생, 기업가 등 신뢰감을 주는 직종을 주로 사칭하는데 전화나 영상통화 등은 하지 않고 문자로만 대화하며 정체를 숨긴다.


로맨스스캠이 새로운 대표 사이버범죄로 자리 잡았으나, 여전히 수사기관은 피해자 보호 조치에 난항을 겪고 있다. 로맨스스캠은 보이스피싱과 달리 현행법이 정한 '전기통신금융사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기 이용 계좌 지급정지와 같은 임시 조치도 불가능하다.


현행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재화의 공급이나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전기통신금융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최근 발전한 로맨스스캠 수법은 물건을 보낸 뒤 택배비나 통관비를 보내달라고 하는 식으로 물건을 대가로 금전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해당 단서 조항에 걸려 사기 이용 계좌 지급정지 조치가 불가능한 셈이다. 장보은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계장은 "로맨스스캠이라는 신종 범죄가 생기면서 통신사기 환급법의 해당 단서 조항으로 인해 피해자 보호 조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로맨스스캠을 별도로 포함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사기 이용 계좌 지급정지 조치를 폭넓게 허용할 경우 '역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다른 사람의 통장을 정지하기 위해서는 법원의 판단을 거쳐야 하는데, 보이스피싱 같은 경우 워낙 상황이 긴급하다 보니 신속하게 피해를 막기 위해 지급 정지 등의 조치를 허용한 것"이라며 "이렇게 법원의 판단도 거치지 않고 통장을 정지하도록 폭넓게 허용하다 보면 이를 파고든 또 다른 범죄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당국이 로맨스스캠의 사기 수법을 홍보하고 피해가 더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훨씬 중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관은 "계좌 거래 중지를 폭넓게 허용할 경우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감한다"면서도 "그런데도 입법적 공백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는 것은 문제다. 로맨스스캠의 사기 유형에 대한 특정 조항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