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데드풀과 울버린'으로 새 가능성 증명
"'판타스틱 4' 신작도 '어벤져스'와 연결"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은 올해 세계 박스오피스 2위(약 6억3000만 달러)다.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뒤 인기가 한풀 꺾인 마블스튜디오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했다. 바로 낯익은 캐릭터 간 조합이다. 실사영화에서 데드풀(라이언 레이놀즈)은 그만의 세계에 갇혀 있었다. 이는 ‘X-맨’ 시리즈의 울버린(휴 잭맨)도 마찬가지.
월트디즈니컴퍼니는 두 캐릭터 간 상호 작용이 새로운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각 배역의 색깔을 분명히 하면서 원작이나 과거 작품의 인상적인 장면을 재현하는 데 주력했다.
시너지 효과를 주도한 케빈 파이기 마블 스튜디오 사장은 대표적 예로 울버린의 노란색 슈트를 첫손에 꼽았다. 20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에서 열린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 2024’에 화상 통신으로 참여해 “25년 만에 (원작 만화의) 노란색 슈트를 입힐 수 있어 설레었다. 세트장에서 직접 마주하고 소름이 끼쳤다”고 말했다.
마블 스튜디오는 이 같은 전략을 내년부터 본격화한다. 파이기 사장은 “다음 주에 촬영이 끝나는 ‘판타스틱 4: 퍼스트 스텝’도 (‘데드풀과 울버린’) 못지않게 기대한다”며 “‘어벤져스’ 세계관과 연결돼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판타스틱 4’는 그동안 네 차례 영화화됐으나 흥행에 모두 실패했다. 원작인 만화의 재미를 충분히 살리지 못해서다.
21세기 폭스를 인수해 지적재산(IP)을 확보한 월트디즈니컴퍼니는 그대로 방치하지 않았다. 미국은 물론 세계가 열광했던 1960년대 우주 진출을 배경으로 설정해 기성세대 향수를 자극하기로 했다. 레트로 퓨처리즘(1960년대에 성행한 미래주의의 영향을 보여주는 창작예술의 한 경향)에 방점을 찍고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이미 탄탄한 인기를 얻은 ‘어벤져스’ 세계관과의 결합은 그 보험이나 다름없다.
파이기 사장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마블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 슈퍼히어로 세계관)의 장점은 연장선이다. 거기에 새로운 시작점이 있다”며 “익숙한 캐릭터를 다른 세계관에 배치하거나 중심이 되는 캐릭터의 전사를 살려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캐릭터에 국한한 변화가 아니다. 향후 히어로들이 활보하는 무대도 다양화한다. 중심에는 아시아가 있다. 그는 “마블스튜디오의 미래”라며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 영화 촬영 등 다양한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도쿄, 상하이, 홍콩에 있는 디즈니랜드에 새로운 놀이기구를 설치하고, 싱가포르에서 크루즈를 운행하는 등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캐릭터들과의 접점을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싱가포르=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