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직자도 근기법상 지연이자 지급 대상
임금체불 방지 목적이지만 실효성 의문
적극적인 고용부 행정지도 요구 나와
임금체불 제도 전반 개선 필요 지적도
내년 10월부터 퇴직자뿐 아니라 재직 중인 근로자도 체불임금 지연이자를 고이율로 받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사업주가 지연이자를 지급하도록 강제하기 어렵고, 이자를 받기까지 민사 소송을 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 보니 현장 적용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연이자를 파악하는 데 필요한 기초 통계도 없는 상태다.
18일 국회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체불임금 지연이자 지급 대상이 확대됐다. 사업주가 임금을 주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비용 부담을 늘려 제때 지급을 마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기존에는 퇴직자를 대상으로 지급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 임금이 지급되지 않을 경우 지연 일수를 계산해 연 20% 지연이자를 부과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는 내년 10월부터는 재직 중인 근로자도 연 20% 지연이자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민법(5%)이나 상법(6%) 기준으로만 적용했던 이율이 확 높아지는 것이다.
현장에선 지연이자 제도가 확대됐음에도 적용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연이자는 근로기준법상 임금이 아닌 데다 미지급 시 처벌 규정이 없다. 근로자가 지연이자를 받으려면 노동청에서 체불임금을 확인받은 뒤 법원에서 사업주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이 경우 길게는 수년간 소송을 끌고 가야 해 실상 지연이자를 받기 어렵고, 소송도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 평가다.
김정식 공인노무사는 "법원에서 판결이 나더라도 지연이자 날짜와 이율을 제시하지, 금액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기 때문에 추가로 계산을 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며 "지연이자만 받기 위해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연이자 적용 대상이 재직자까지 늘어나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체불임금 사업주에게 위기감이나 경각심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근로기준법상 지연이자 적용이 확대됐음에도 현황을 살피고 법적, 제도적 판단을 하는 데 있어 기초가 될 수 있는 통계를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임금체불 소관 부처인 고용부에서는 지연이자를 조사하거나 감독하지 않기 때문에 관련 규모를 별도로 산출하지 않고 있다. 구체적인 수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법원에서 진행하는 임금체불, 지연이자 관련 소송들을 개별로 파악해 전체 규모를 산출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
이 때문에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지난달 발간한 국정감사 자료집에는 지연이자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고용부가 지연이자 미지급 문제를 살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연이자 미지급 문제를 형사 고소 대상으로 삼지 않더라도 임금체불 사건 처리 때 지연이자까지 지급될 수 있도록 지시(행정 지도)를 할 필요가 있다는 논지다.
정부는 이를 실현하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임금체불 특성상 사업주와 근로자 간 다툼의 여지가 크다 보니 지연이자까지 파악하려면 상당한 행정력을 쏟아야만 한다. 지연이자의 경우 한국뿐 아니라 여러 국가에서 민사로 다루는 만큼 근로감독 범위에 포함되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감독관은 사업주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면 형벌을 가하기 위해 있는 존재"라며 "민사까지 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진 않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연이자를 포함한 임금체불 제도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임금체불이 발생하면 노동청과 근로복지공단, 법률구조공단 등 최소 3개 기관을 걸쳐야 하는 등 쏟아야 하는 시간과 비용이 많다 보니 피해 근로자의 부담이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국회에선 이에 원스톱 처리 방안과 관련한 논의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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