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법질서 지키려는 의지 없었다" 판시
음주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낸 뒤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한 20대 남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13일 청주지법 형사2단독(부장판사 안재훈)은 전날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범인도피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범인도피 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B씨에 대해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두 사람은 지난 4월29일 오전 5시45분께 충북 진천군 덕산읍에서 술을 마신 채 SUV 차량을 운전하다 상가에 돌진, 사고를 냈다. 운전자는 B씨였지만, A씨는 자기 명의로 든 렌터카 보험의 사고 보상금을 받기 위해 경찰에 자신이 운전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 중 두 사람의 '운전자 바꿔치기'가 탄로 났다. A씨는 B씨와 술을 마신 뒤 차량을 빌려 100m가량 운전하다가, 운전 연습을 시켜주겠다는 명목으로 B씨에게 운전대를 넘겼다. B씨는 700m 차를 몰다가 사고를 냈다.
A씨의 거짓 진술 때문에 경찰 조사 당시 B씨에 대한 음주 측정이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경찰은 위드마크 공식(음주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으로 계산하는 방법)으로 B씨의 음주 수준을 추정했다. 그 결과 B씨는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취소 수치(0.08%) 이상에 도달했을 것으로 추측됐다.
공판 중 B씨는 자신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취소 수준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며 음주운전 혐의를 부인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피고는 가장 유리한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했을 경우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 수준을 넘어섰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경찰관에게 유리 파편을 휘두르는 등 난동을 부리고,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하는 등 도무지 법질서를 지키려는 의지를 볼 수 없다. 자백하고 있으나 출소한 지 얼마 안 된 누범기간 중 범행을 저지른 점을 보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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