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 규정
프랑스·미국 등 선진국 시행 중
한국도 "스마트폰 사용 금지 인권침해 아냐"
최근 프랑스 정부는 지난 9월 새 학기 시작에 맞춰 일부 중학교에 시범 도입한 '디지털 쉼표' 규정을 내년엔 초·중·고교 전체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프랑스는 현재 중학교 200곳에서 교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를 시범 시행하고 있다. 학생들이 등교하면 스마트폰을 수거해 별도의 사물함에 보관한 뒤 하교할 때 돌려주는 식이다.
'디지털 쉼표(Digital pause)'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학습과 사회적 교류에 집중하도록 교내 스마트폰 사용을 물리적으로 금지하는 정책을 말한다. 이 정책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설립한 '스크린 사용 전문가 위원회'가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의 권고안에 따른 결과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디지털 기기가 수면과 몸을 움직이지 않는 생활 방식, 신체 활동 부족, 과체중과 비만, 시각에 미치는 직·간접적인 부정적 영향에 대해 명확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결론내렸다.
보고서에서는 ▲11세 이전 휴대전화 사용 금지 ▲11~13세 연령대엔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한 휴대전화만 지급 ▲15세 이전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접속 차단 ▲15세 이후엔 ‘윤리적 SNS’에만 한정적 접속 등을 권고했다. 윤리적 SNS에는 틱톡,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 10대 사이에 인기를 끄는 글로벌 플랫폼은 제외된다. 이런 플랫폼은 만 18세가 지난 뒤에야 허용해야 한다는 게 보고서가 내린 결론이다.
알렉상드르 포르티에 교육부 학업성취담당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디지털 쉼표에 시범적으로 참여한 학교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며 “학습에 전념하는 학교 분위기를 조성하지 못하면 학업 성취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쉼표 정책은 미국의 여러 주에서도 시행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수업 중 휴대전화 금지에 찬성하는 여론이 높다. 지난달 22일 미국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68%가 "중·고생의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수업 시간은 물론 휴식 시간까지 포함해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36%에 달했다.
찬성하는 이유로는 수업 집중력 향상(91%)이 1위로 꼽혔다. 이어 학생의 사회성 향상(70%), 부정행위 근절(50%) 학교폭력 근절(39%) 순이었다. 반대하는 이유로는 자녀와의 수시 연락 필요(60%), 현실적으로 교사가 강제하기 어려움(37%), 자녀의 휴대전화 사용 여부는 부모의 소관(32%), 학습에 도움(31%) 등을 들었다.
국내에서도 청소년의 교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다. 일부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자 학생과 학부모의 반발이 이어졌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2014년 이후 학생 스마트폰 수거 관련 진정 약 300건에 대해 인권 침해라고 판단해 왔다.
그런데 10년 만에 인권위가 이를 뒤집는 판단을 내놨다. 지난달 7일 인권위는 전원위원회에서 '고등학교가 학칙을 근거로 일과 시간에 학생 휴대전화를 수거·보관하는 것은 인권 침해'란 진정 사안에 대해 "인권침해로 보기 어렵다"며 위원 8대2의 의견으로 기각했다.
기각 의견 측은 "사이버 폭력이나 교사 불법 촬영 사례 등 인권 침해가 심각하다"라거나 "쉬는 시간에 사용을 허용할 경우 이를 지도하느라 갈등과 징계가 발생하는 등 교사와 학생의 학습권 침해가 크다"고 했다. 반면 인용 의견 측은 "대안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 제출하게 하는 학내 규정은 통신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디지털 쉼표는 비단 학생만이 연관된 것은 아니다. 직장인의 '연결되지 않을 권리(Right to disconnect)'와도 맞닿아 있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란 근로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업무 외 시간에 업무와 관련된 전화, 메시지 등 연락을 받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초연결사회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직장인들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법적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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