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이전의 '토스트아웃'
의욕 없어도 할 일 충실히 수행
최근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토스트아웃'(Toast Out)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토스트아웃은 토스트를 오래 구워 까맣게 타기 직전 상태를 비유한 말로, 번아웃(burnout·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느끼는 상태) 직전 피로감과 무기력함에 빠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여러 원인이 있으나, 반복되는 일상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지루함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그만 노릇해지자"…SNS서 '토스트아웃' 밈 인기
최근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토스트아웃 밈(meme·인터넷 유행)이 유행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갈색빛으로 구워진 토스트 사진이나 직접 그린 토스트 그림을 올리며 자신이 토스트아웃 상태임을 알리고 있다. 이들은 "완전 토스트아웃 상태다. 방치하면 번아웃까지 오니 재밌고 편안한 일 찾아서 그만 노릇해지자" 등의 글을 올리고 있다.
토스트아웃은 널리 알려진 번아웃 현상과는 다른 현상이다. 번아웃은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다가 어느 시점에서 모두 불타버린 연료처럼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이다. 번아웃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질병분류에 '직업 관련 증상'으로 정의할 정도로 현대인에게서 자주 볼 수 있다.
번아웃이 에너지와 감정이 완전히 소진돼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무기력감을 느끼는 현상이라면, 토스트아웃은 의욕이 없어도 할 일을 충실하게 수행해 티가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즉 토스트아웃은 번아웃 이전 단계로, 번아웃이 '완전 소진'이라면 토스트아웃은 '소진 직전'의 상태로 볼 수 있다.
토스트아웃 상태서 중요한 건 '휴식'
실제로 번아웃과 토스트아웃을 겪는 이들은 적지 않다. 한화손해보험 라이프플러스가 지난 7월 발표한 '2030 여성 정신건강 리포트'를 보면 번아웃을 경험한 2030세대 여성의 비중은 2021년 63.4%에서 2023년 75.2%로 늘었다.
2030세대 여성들이 가장 많이 느끼는 부정적 감정은 자괴감(11.8%), 책임감(7.6%), 부담감(4.5%)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느끼는 자괴감은 주로 회사와 관련됐고, 일과 가정 양육을 모두 잘 해내야 한다는 고민은 책임감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또 미래계획이나 결혼과 관련한 나이 등의 문제로 부담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번아웃'까지는 아니라도 까맣게 타서 번아웃이 오기 직전 '토스트아웃'을 겪는 이들도 증가했다. 토스트아웃 상태를 극복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휴식'이다. 휴식이라고 해서 무기력하게 잠만 자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을 '토스트아웃' 상태라고 표현한 5년 차 직장인 김모씨(29)는 "직장에서는 힘든 티를 낼 수 없으니 최대한 주어진 일에 한해선 열심히 하고 있다"며 "하지만 때때로 찾아오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지치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불안감이 더 심해지기 전에 휴가를 쓸 예정"이라며 "휴가 기간 직장 메신저를 끈 채 혼자 제주도로 여행을 떠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번아웃 반대 개념으로는 '보어아웃'
한편 번아웃과 반대되는 개념에는 '보어아웃(bore-out)'이 있다. 우리말로는 '권태증후군'이라고도 한다. 번아웃이 직장 업무에 지나치게 몰두하다가 쌓이는 스트레스라면, 보어아웃은 지루하고 단조로운 업무로 인해 의욕 상실을 느끼는 상태이다. 즉 적성에 맞지 않는 업무를 하면서 느끼는 지루함과 회의감으로 인해 무기력해지는 증상이다. 스위스 비즈니스 컨설턴트 필리페 로틀린과 페터 R. 베르더가 발간한 저서에서 처음 다뤄졌다.
보어아웃의 문제는 퇴근 후에도 무력감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온 무력감이 집으로도 이어져 피로감이 누적돼 결국 자신을 계속 지치게 만드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보어아웃을 소개한 로틀린, 베르더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결국 자신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이 중요하다"며 "매사에 긍정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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