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K-우먼' 세션 '성취와 극복'
박영선 "자신만의 역사를 만들어라"
박미옥 "나에게 반하고 반하게 하라"
최유나 "작게는 실패했던 시간들, 과정으로 즐겨"
"자신만의 역사를 만드세요. 여성에게 주어진 많은 두려움을 극복할 때 성취로 직결됩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3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4 아시아경제 여성리더스포럼’에서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이겨내고 행동하는 것’이라는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말은 인용하며 이렇게 말했다.
박영선 "두려움을 극복하고 성취하라"
첫 단독 여성 앵커, 첫 여성 특파원, 첫 여성 경제부장, 첫 여성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및 원내대표…. ‘처음’이라는 수식어를 명함처럼 달고 사는 박영선 전 장관이다. 이번 포럼에서 ‘파워 K-우먼 세션’ 발제를 맡은 그의 키워드는 ‘성취와 극복’이었다.
박 전 장관은 법사위원장으로서 검·경 수사권 분리와 관련한 업무를 국회에서 처리할 때 한 여성 검사로부터 ‘검찰과 싸우는 게 두렵지 않으냐’는 질문을 받고 "전혀 두렵지 않다"고 답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잃을 게 없다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던져버리면 그때부터 이 세상에서 가장 용감하고 힘센 사람이 된다는 것을 경험했다"며 "여러분도 힘든 시기가 찾아올 때 ‘두려움 없이 모든 것을 던지고, 더 잃을 것이 없다’는 생각을 잊지 마시라"고 당부했다.
네트워킹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박 전 장관은 "여성들에게 부족하기 쉬운 것이 네트워킹"이라면서 "힘들 때 서로 같이 연대하고 도와주는 힘, 그것이 아무래도 (남성에 비해) 약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임기를 채우지 못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박 전 장관은 "물론 그렇게 된 것도 저의 부족함이라 생각한다"면서 "가능하면 여러분들도 네트워킹을 많이 만드시고 같이 가야 할 지향점을 향해 함께 힘을 모은다면, 이 세상에서 여성의 힘, 어머니의 힘을 이길 것은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낙선한 데 대한 박 전 장관의 소회는 흥미롭다. 그는 "내키지 않는 일을 해선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면서 "아울러 조금 더 겸손해져야겠구나, 모든 것을 내 시각에서만 생각하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이 일이 어떻게 비칠는지 한 번 더 곱씹어봐야 하겠구나, 라는 반성을 했다"고 말했다.
이날 세션에는 대한민국 첫 여성 강력계 형사였던 박미옥 작가와 드라마 '굿파트너'를 쓴 최유나 변호사가 박 전 장관과 함께 참여했다. '대기업 임원 3관왕'으로 유명한 최명화 블러썸미 대표는 모더레이터로 나섰다.
'나에게 반하라' 박미옥·'일단 시작' 최유나
박미옥 작가는 "지식도 단편적이라고 생각했다. 하나의 의미가 하나의 현상으로 남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매번 경계했다"면서 "대상성에 따라 매번 공부하고,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생각한다"고 말했다.
형사 시절 그에게는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남자 형사 후배들을 자기 편으로 만드는 일이 중요한 과제였다. 박 작가는 "순경을 시작해 33살에 팀장이 됐는데, 다른 팀장이 저보다 15~20살이 많았다. 직원도 저보다 10살이 많았다"면서 "그중에 해병대 출신 팀원이 술자리에 가면 여자 상사와 일한다는 이유로 친구들한테 놀림을 당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언제나 '박미옥하고 일해봤어?'라는 말을 듣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합리적인 팀장, 직원과 균형 있는 질문을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면서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도 나를 사랑할 수 없다. 나에게 반하고, 반하게 하라"고 강조했다.
박 작가는 최근 교통사고를 당해 이마 일부를 꿰맸고, 갈비뼈 골절상을 입었다고 했다. 그에게는 이런 상황조차도 소중한 경험이다.
"말을 할 때마다 골절 때문에 가슴이 울리는데, 지금 저는 저를 직면하고 있어요. 통증이 어디에 있는지, 무엇이 어떻게 나아지는지 등을 느끼는 거죠. 시간이 지나서 상처가 다 나으면 엄청난 다행이에요. 삶을 살아내는 저에게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이렇게 차곡차곡 또박또박. 현재를 직면하는 저의 태도예요."
이혼 전문 변호사이면서 드라마 작가로서도 이름을 알리고 있는 최유나 변호사는 '일단 시작'을 자신의 인생 키워드로 소개했다. 최 변호사는 "글을 쓸 거면 종이를 꺼내면 되고, 유튜브를 시작하려면 온라인 쇼핑몰에서 카메라를 사면 된다"면서 "일단 시작한 다음 보완하고, 공부하고, 계획하면 된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29살에 월세 100만원도 안 되는 사무실을 얻어 혼자 일했다"면서 "좋은 법률회사(로펌)에 취업하지 않고 그렇게 이혼 전문으로 혼자 나가 있으면 누군가는 실패로 여겼을지도 모르지만 제게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혼에 대해 굉장히 몰입한 시간이었는데, 작게 보면 실패였던 경험도 많았지만 즐거운 과정이었고 돌아보면 재미가 있었다"고 했다.
'좋은 결혼은 무엇인가'라는 최명화 대표의 질문에 최 변호사는 "저는 반쪽을 찾자’는 말에 반대한다"면서 "온전한 상대가 돼 어떻게 도움을 줄지 생각하고, 그렇게 서로 도움을 줄 수 있을 때 결혼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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