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신흥 조직 범죄로 부상한 어둠의 알바
익명 의뢰 받아 살인, 방화, 강도 등 저질러
가담자 대부분은 20대 전후의 젊은 청년들
최근 일본 사회의 최대 문제로 부상한 신흥 범죄 수법인 일명 '어둠의 알바(闇バイト·야미바이토)'가 있다. 돈을 벌 목적으로 강도, 살인까지 서슴지 않으며 범죄를 자행하는 젊은이 무리를 지칭하는 말이다.
어둠의 알바에 가담했다가 최근 체포된 20대 용의자의 친할아버지를 한 일본 매체가 인터뷰했다. 피의자의 끔찍한 범행에 가족조차 말을 잇지 못할 만큼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현지 일간지 '산케이신문'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어둠의 알바' 피의자인 다카다 마즈키(22)의 할아버지를 취재했다. 다카다는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에서 강도 살인 혐의로 최근 체포됐다.
다카다의 할아버지는 "손자는 '귀찮아졌다'는 이유로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이후에는 건축 관련 일을 했다"라며 "초등학생 시절 문제를 일으킨 적도 없고, 주말에는 근처에 사는 친구와 함께 방에서 놀았다"고 다카다의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손자가 평소에도 "잔디깎기 등 집안 잡일을 도와주는 등 가족에 친절"했으며, 사건이 벌어진 날에도 이전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고 충격받은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본인(다카다)이나 사건에 희생된 유족에게 미안하다"며 "(손자가) 범죄에 관여됐다고 깨달은 시점에 그만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탄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카다는 일명 '어둠의 알바'에 가담한 청년 범죄 조직 중 한 명이다. 현지 경찰은 해당 사건에 가담한 용의자가 35명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 15일 요코하마의 한 주택에 거주하던 70대 피해자가 손발이 테이프에 묶인 채 숨진 상태로 발견된 바 있다. 당시 피해자의 몸에는 주먹, 둔기 등으로 폭행한 흔적이 있었다. 그의 집에선 현금 약 20만엔(약 181만원)이 절도 당한 상태였다.
다카다는 수사 개시 이후 4일 만인 지난 19일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그는 금전을 목적으로 모여 흉악 범죄를 공모, 실행하는 '어둠의 알바' 가담자로, 사건 당시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어둠의 알바는 최근 일본 사회를 충격에 몰아넣은 새로운 조직범죄 양태다. 젊은이들이 마치 식당 알바, 편의점 알바를 하는 것처럼 불법적인 일을 대신해주는 일종의 '위탁 범죄'인 셈이다. 이들은 금전을 위해서라면 살인, 방화도 마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둠의 알바 '구인·구직'은 엑스(X)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뤄진다. 건수당 보수는 100만엔(약 900만원) 이상으로 고액이며, 범죄 가담자가 철저히 역할을 구분해 실행에 나서는 점조직 형태를 보인다는 점도 특징이다. 주로 빚 독촉에 시달리거나 생활비가 부족한 청년들이 어둠의 알바에 이끌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둠의 알바는 지난해 1월 도쿄에서 발생한 강도살인 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부상했다. 당시 도쿄에 살던 한 여성이 시계, 반지 등 귀금속을 도난당한 채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 수사 결과 이 사건은 필리핀에 거주하는 익명의 SNS 이용자가 '의뢰' 형태로 지시한 범행이었으며, 어둠의 알바 총 가담자만 100명 안팎에 달했다. 알바생 대부분은 20대 전후의 젊은이였다고 한다.
지난 4월 일본 도치기현에서 50대 부부가 불에 타 사망한 채 발견된 사건도 어둠의 알바 소행으로 드러났다. 당시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된 용의자 6명 중에는 한국인 강광기씨(20)도 포함돼 충격을 줬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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