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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3막 기업]"간병인 계약, 불안한 현금거래는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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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식 코드블라썸 대표

#간병인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최근 한 병원에 입원해 돌봐줬던 환자가 돈이 없다면서 간병비를 내지 않고 도망간 것이다. 용역업체를 통해 계약한 것도 아니고, 가족이 없는 환자였기 때문에 따로 연락할 방법도 없었다. 며칠 동안 일했던 수고가 물거품이 돼버린 셈이다.


우리나라 간병인 시장에서의 서비스 비용 지불 수단은 대부분 현금이다. 간병인 매칭 플랫폼을 제공하는 '코드블라썸'의 김민식 대표(34)는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도 현금거래가 주가 되는 곳은 공급자가 활발하게 유입되기보다 기존에 서비스를 제공하던 분들이 그대로 이어지는 시장인 경우가 많다"며 "60·70대 여성들이 주된 공급자인 간병인 시장 역시 그렇다"고 설명했다. 그렇다 보니 비용 지급에 관한 마찰이 많이 빚어진다. 간병인이 추가금을 요구하거나, 반대로 A씨의 사례처럼 환자가 돈을 안 주는 일이 빈번하다.


김 대표는 이러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자체 서비스에 지급결제시스템을 도입했다. 현금은 아예 안 받는다. 그는 "가격 통제권을 잃어 불만인 간병인들도 있지만 돈 안 들어올 걱정이 없어 좋다는 분들도 많고, 환자들은 간병비 결제 내역서나 확인서를 받아 보험사 청구나 지출 증빙을 쉽게 할 수 있다고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경영·회계를 전공한 김 대표는 졸업 후 유통회사에서 짧게 일하다가 어르신용 토퍼 판매·대여 사업을 잠시 했다. 이후 SK그룹과 카이스트(KAIST) 경영대학원이 함께 운영하는 SEMBA(사회적기업 양성 석사 과정)에서 수학하며 간병인 매칭 사업을 구상했다. 가족이 병원 신세를 길게 졌는데, 직접 환자 보호자로서 겪었던 불편함이 창업의 계기가 됐다고 한다. 평소 플랫폼 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간병인 매칭 서비스라는 구체적인 아이템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창업을 결심했다. 회사명 '코드블라썸'은 병원에서 흔히 사용하는 '코드 블루'라는 표현에서 영감을 받아 지은 거라고. '코드 블루'가 응급상황을 뜻하는 부정적 의미를 지녔다면, '블라썸(blossom)'은 건강 회복을 상징하는 단어다. 환자들의 건강 회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작명이었다.

[인생3막 기업]"간병인 계약, 불안한 현금거래는 그만" 김민식 코드블라썸 대표가 서울 강남구 사무실 내 간병인 교육 공간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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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업을 시작하게 됐나.

▲서울성모병원의 간병인 단체 운영을 맡게 되면서 시작했다. 천주교 서울교구가 운영하던 봉사단체였는데, 2021년 자문하러 갔다가 운영권을 이양받게 됐다. 약 150명의 간병인과 함께 시작했다. 처음에는 플랫폼 사업만을 구상했지만 간병인 단체를 인수하면서 이분들의 생계와 직업적 특성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창업 초기 자본은 어떻게 마련했는지 궁금하다.

▲벤처캐피털 '소풍벤처스'와 카이스트에서 프리시드 자금 5000만원을 투자받았다. 여기에 정부의 초기창업패키지 지원금도 받아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MBA가 사업가 과정이다 보니 매달 혹은 분기마다 사업 발표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발전시켜 나갔다.


-간병인들의 현금 거래 관행이 심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오랜 기간 이어져 온 고질적인 문제다. 나이가 많은 간병인들은 디지털 리터러시가 부족하고 변화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현금으로 받으면 소득이 노출되지 않는다는 점도 현금 거래를 선호하는 이유다. 기존 방식에 익숙한 공급자가 많다 보니 변화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현금 결제를 유도해서 그런 거 아닌가.

▲많이들 그렇게 생각하는데, 현금 거래는 오히려 간병비가 더 비싸지는 경향이 있다. 환자분의 상태가 입원할 때와 입원 이후가 달라질 수 있지 않겠나. 그래서 현금 거래 시 간병인이 환자 상태를 보고 임의로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데, 통상 하루에 2만원 정도 더 비싸지는 편이다.


-지급결제시스템은 어떻게 운영되나. 도입 후 달라진 점은.

▲현금 거래는 일절 받지 않는다. 환자 보호자가 서비스 결제를 하면 결제내역서와 정산내역서를 제공한다. 보호자들에게는 하루 1만원 수수료가 부과된다. 덕분에 정산의 안정성이 크게 개선됐다. 이전에는 환자가 퇴원하면서 대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환자 사망 시 간병비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산업재해 처리가 안 되는 경우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면서 의도치 않게 간병비를 못 받는 경우도 있었다. 지급결제시스템 도입으로 이러한 리스크가 많이 감소했다. 서비스도 표준화해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정한다.


-간병인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보호자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반면 간병인들의 거부감이 컸다. 가격 통제권을 잃는다는 점, 소득이 노출된다는 점에서 불만이 많았다. 지금도 계속해서 설득하는 과정이다. 아직도 간병인 교육 과정에서 '왜 이렇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정부의 용역제공자료 리포팅을 세금 추징 수단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

[인생3막 기업]"간병인 계약, 불안한 현금거래는 그만" 김민식 코드블라썸 대표는 내년 초 프리A 단계 투자 유치를 계획하고 있다. 사진=박유진 기자

-서비스 표준화는 어떻게 이루어지나.

▲업무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식사, 청결 유지, 배설 보조, 이동, 자세 변경, 투약 관리, 말벗 서비스 등이 기본 업무다. 반면 석션(가래 흡입), 피딩(관으로 하는 급식)과 같은 의료행위는 원칙적으로 제외되고, 개인 심부름, 빨래, 마사지도 요구할 수 없다. 치료 관련 동의서 대리 작성, 원무과 서류 발급 등은 당연히 대신 할 수 없다. 이러한 업무 범위에 대한 안내를 통해 보호자와 간병인 간의 불필요한 갈등을 예방하고 있다.


-매출 현황 등 수치적 성과는 어떤가.

▲작년에는 52억원, 올해는 지금까지 35억원 정도 거래액이 있었다. 지급결제시스템 도입 후 수수료 수익은 작년 2억2000만원에서 올해 5억~6억원으로 예상된다. 거래액이 줄어든 건 의정 갈등으로 인한 입원 환자 감소가 주된 원인이다. 현재 12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며, 개발팀과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로 구성된 전문 인력들이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 1년간 가입한 간병인은 2460명, 환자·보호자는 3500명이 넘는다.


-간병비는 어떻게 책정되나.

▲하루 단위로 계산되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일반적으로 하루 12만원 선이지만, 기저귀를 사용하거나 편마비가 있는 경우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감염성 질환으로 격리가 필요한 경우에도 별도의 기준이 적용된다. 모든 기준은 투명하게 공개돼있어 보호자들이 미리 비용을 예측할 수 있다.


-간병인 매칭은 어떻게 이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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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의 TIPS(민간투자 주도형 기술 창업지원 프로그램) 과제로 다자간평가를 통한 추천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병원 근무 가능 여부와 질환별 돌봄 가능 여부를 기준으로 매칭한다. 서비스 종료 후에는 별점 평가도 진행한다. 현재 약 80개의 협력 병원과 함께하고 있으며, 특히 삼성서울병원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과의 협력이 활발하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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