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6개월 만에 '혐의 없음' 결론
2020년 4월부터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4년6개월 만에 ‘혐의없음’으로 김 여사를 불기소처분했다. 김 여사처럼 ‘전주(錢主)’ 역할을 한 손모씨가 항소심에서 방조 혐의로 유죄를 받았지만 김 여사의 경우 법리와 증거를 종합할 때 주가조작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17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혐의를 받아온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씨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김 여사가 주범들과 공모했거나 그들의 시세조종 범행을 인식 또는 예견하면서 계좌관리를 위탁하거나 주식매매 주문을 하는 등 범행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어려워 기소할 수 없다”고 배경을 밝혔다.
김 여사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공모해 2010년 1월부터 11월까지 권 전 회장이 소개한 이모씨에게 증권계좌 6개를 위탁하거나 권 전 회장의 요청에 따라 매매해 시세조종에 가담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았다.
항소심 방조죄 '전주' 손모씨는 시세조종 인지 인정…김 여사 정황과 증거 없어
검찰은 항소심에서 방조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전주 손씨와 김 여사의 관여 성격이 다르다고 밝혔다. 검찰은 “손씨의 경우 단순한 전주가 아니라 전문투자자로서 주범 김모씨 요청에 따라 주식을 매매하면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직접 시세조종 주문을 냈으며, 이 전에도 주식수급 세력으로 동원된 전력이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손씨는 시세조종 사실을 인식하고 범행을 용이하게 했다는 점은 충분히 인정되는 반면, 김 여사에게는 이와 같은 사정과 정황 등이 없는 점도 방조범 성립 여부 판단에 참고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6개의 계좌별로 판단을 분류해 수사 결과를 설명했다. 우선 일임계좌로 쓰인 신한·DB·미래에셋·DS 증권 계좌의 경우 김 여사가 주식 전문가나 증권사 직원에게 계좌 관리를 일임해 시세조종 거래가 있는지 몰랐고, 계좌관리인이나 권 전 회장이 시세조종 범행을 하는지도 알지 못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 “권 전 회장과 주가조작 관련자들의 진술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특히 “관리나 운용을 위탁한 계좌들에서 시세조종성 주문이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김 여사가 권 전 회장들이 시세조정을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계좌를 일임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직접운용 계좌인 대신증권 계좌와 관련해서는 김 여사 측이 증권사 직원 등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직접 매매 결정을 했다고 밝혔는데, 검찰이 주문녹취 전반을 확인한 결과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과 상의해 매매를 결정하는 모습이 확인돼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증권사 직원을 통해 직접 전화주문으로 매매한 한화투자증권 계좌에 대해서도 “통정매매는 단 1회인데 이 무렵 김 여사가 시세조종 주범들과 연락했다는 정황이나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손씨와 투자자 역할을 한 김 여사를 동일선상에 두고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손씨는 주가조작 선수 김모씨 등과 직접적으로 주가에 대해 연락을 주고받는 등 범행을 인지한 확실한 증거가 있는 반면 김 여사의 경우 주가조작 세력과 직접 의사 연락을 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檢 "증거, 법리따라 엄정 검토 결과"…정치권 파장 클 듯
검찰은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증거와 법리에 따라 피의자(김 여사)의 시세조종 가담 혐의에 대해 엄정히 검토한 결과”라면서 “이 사건은 주범 권 전 회장이 주포 등과 시세조종 범행을 진행하면서 주포들의 요청에 따라 수급계좌나 주식을 확보함에 있어서 상장 전부터 투자해온 피의자 등 ‘초기투자자들’의 계좌와 자금을 자신의 범행에 활용한 것이 사건의 실체로 판단된다”고 했다.
한편 명품백 수수 사건에 이어 검찰이 또다시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하면서 검찰에 대한 ‘방탄’ 비판 여론과 김 여사 특검론 등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을 중심으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2020년 4월 문재인 정부 시절 수사가 시작돼 최종 처분이 나온 이날까지 4년6개월 내내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의 고발 직후 수사 진전이 없자 형사1부에서 형사6부로 사건이 재배당됐고, 2020년 10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했다. 검찰은 2020년 11월 반부패수사2부로 사건을 재배당했다. 심우정 현 검찰총장도 수사지휘권이 없는 상태다.
올 7월엔 김 여사 대면조사를 비롯해 김 여사의 모친 최씨를 비공개조사했다. 또 전주 91명에 대한 전수조사도 마쳤다. 지난달 13일 2심에서 손씨에게 방조 혐의 유죄가 선고됐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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