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팅시장서 트럼프 승리 확률 석 달 만 최고치
지난 7월 암살미수사건 이후와 비슷한 수준
대선 20일 남기고 경합주서 우위 계속
트럼프 관련주 줄줄이 급등
비트코인 상승 랠리 지속
반면 해리스 관련주 약세
미국 대선이 2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베팅시장에서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률이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7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총격 암살 미수 사건 직후 지지율이 급등했을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트럼프 우세 美 선거 베팅 시장
16일(현지시간) 여론조사 분석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집계한 미 대선 선거 베팅 사이트 7곳의 트럼프 전 대통령 승리 확률 평균은 57.7%로 지난 7월22일(58.7%) 이후 최고치였다. 반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승리 확률은 41.3%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확률은 지난 6일 49.4%를 기록하며 해리스 부통령(49.3%)을 앞질렀고, 이후 격차를 더 벌리고 있는 모양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확률은 그가 7월13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유세 연설을 하는 도중 총격 사건을 겪은 데 따른 지지층 결집 효과로 한 차례 급등했다. 또 이는 당시 인지력 및 고령 논란에 휩싸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 사퇴를 결단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새 대선 후보가 된 해리스 부통령은 9월 TV 토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앞섰다는 평가를 받으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제 정책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뚜렷한 차이가 없다거나, 흑인 지지 기반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며 주춤한 상태다.
트럼프, 선거 20일 남겨 둔 시점에 경합주서 우위
심지어 일부 경합주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크게 우세하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온다. 퀴니피액대가 지난 10~14일 조지아주 투표 의향층 유권자 132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오차범위 ±2.7%포인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52%의 지지를 얻어 해리스 부통령(45%)을 오차범위 밖으로 앞섰다.
선거인단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 대선은 민주당이나 공화당의 전통적인 ‘텃밭’은 승패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따라서 초접전을 벌이는 7개 경합주(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애리조나·네바다)에서 승패가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선을 3주 앞둔 시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합주에서 우세한 만큼 선거 베팅 시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큰 돈을 걸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선거 베팅 시장의 왜곡 가능성을 짚고 주의를 당부했다. 울프 리서치의 토빈 마커스 미국 정책 및 정치 책임자는 “선거 베팅 시장이 트럼프 강세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분위기가 과하게 반영된 것은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베팅 시장은 신뢰할 수 없는 여론조사로 왜곡될 수 있는 데다, 정치 도박의 고객은 주로 우편향적인 남성이라는 데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은 ‘트럼프 트레이드’
금융시장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우세가 확인되자 일단 ‘트럼프 트레이드’가 발생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설립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 소셜의 모회사 트럼프 미디어 주가는 이날 15.5% 급등 마감했는데 9월 저점 이후 157%나 뛰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캠페인용 애플리케이션(앱)을 설계한 소프트웨어 업체 펀웨어 주가도 이날 17.6% 올랐다.
비트코인 가격도 상승 랠리를 지속 중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친가상화폐론자를 자청해온 만큼 당선 시 채굴, 거래소 등 가상화폐 업계에 대한 규제를 풀 것으로 예상된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비트코인 개당 가격은 이날 미 동부시간 기준 오후 7시50분(한국시간 17일 오전 8시50분), 24시간 전보다 0.8% 오른 6만7626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7월 이후 최고가다. 채굴업체 마라톤 디지털 홀딩스(6.8%), 거래소 코인베이스(7.2%) 등 가상화폐 관련주도 오름세를 보였다.
반면 ‘해리스 테마주’는 약세다.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가 대표적이다. 예컨대 인베스코 솔라 상장지수펀드(ETF·TAN), 아이셰어즈 클린 에너지 ETF(ICLN)는 이달 들어 각각 13%, 8% 하락했다.
한편 전국 지지율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마리스트가 지난 8~10일 전국의 투표 의향층 유권자 14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오차범위는 ±3.9%포인트)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52%, 트럼프 전 대통령은 47%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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