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인시대’ 등 드라마에서 이승만 대통령 역할로 널리 알려진 원로배우 권성덕이 13일 별세했다. 향년 84세.
14일 국립극단 등 연극계에 따르면 권성덕은 식도암 투병 끝에 전날 세상을 떠났다.
1940년생으로 전남 나주에서 성장한 그는 1963년 극단 '광장' 단원으로 배우 인생을 시작했다. 1972년 국립극단에 입단해 20년 이상 단원으로 활동했으며, 1994∼1996년에는 국립극단 단장을 역임했다. 180여 편의 연극 무대에 선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권력자로부터 현실을 고민하는 지식인, 관객을 폭소하게 하는 희극적 인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간상을 담은 선 굵은 연기를 보였다.
드라마에도 꾸준히 출연한 그는 특히 이승만 전 대통령을 빼닮은 외모로 '야인시대' '영웅시대' '서울 1945'에서 이승만 대통령을 연기하며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가 이승만 대통령을 연기하며 호통치는 모습은 지금도 '인터넷 밈'으로 쓰일 만큼 큰 화제가 됐다. 또 영화 '아저씨'에서 문방구 노인으로 출연하며 인상을 남겼다.
틈틈이 '월간 에세이' 등에 글을 발표한 그는 2014년 연극배우 50년 기념으로 자전 에세이 '대통령도 되고 거지도 되고'를 출판하기도 했다.
2016년 연극 '햄릿' 공연을 준비하던 중 식도암이 발병해 무대를 떠났던 그는 2018년 '로물루스 대제'로 다시 무대에 섰다. 2022년에는 2016년 하차했던 '햄릿'에서 무덤지기 역을 맡는 등 마지막까지 무대를 향한 열정과 의지를 놓지 않았다.
권성덕은 1969년 한국연극영화상 신인연기상을 시작으로 두 차례의 동아연극상(1970ㆍ1992)을 수상했으며, 백상예술대상 남우주연상(1975), 한국연극영화상 남우주연상(1976), 연극배우협회 올해의 배우상(2000), 이해랑연극상(2002) 등 여러 상을 받았다. 2001년에는 옥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빈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고, 발인은 16일 오전 9시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