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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고려아연 '승자의 저주'는 회사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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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고려아연 '승자의 저주'는 회사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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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이 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선지 꼬박 한 달이 지났다. MBK·영풍 연합의 공개매수 시한 당일인 14일까지 경영권을 둘러싼 양측 갈등은 봉합되긴 커녕 반목만 커지고 있다. 장형진 영풍 고문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김광일 MBK 부사장이 최근 회동했다는 보도에 3사는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내년 주주총회까지 ‘끝까지 간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장은 ‘승자의 저주’를 경고하고 있지만 그 저주는 승자가 아니라 주식회사 고려아연의 몫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분쟁 초반부터 양측은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MBK파트너스가 지난달 19일 기자회견에서 최 회장의 경영 능력을 비판했다. 정작 경영권을 차지한 뒤 고려아연을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답은 없었다. 이후 고려아연, 영풍도 경영진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새로운 팩트 없이 서로 비방하는 수준에 그쳤다. 결국 경영권 분쟁을 통해 회사의 미래 비전을 확인하기란 어려웠다.


문제는 어느쪽이 경영권을 쥐더라도 이대로는 고려아연에 막대한 손실이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최 회장 측은 조단위 자금을 투입해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목으로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을 위해 투입하는 3조2000억원 중 2조7000억원가량은 부채로 충당한다. 현금창출력이 우수한 고려아연이라지만 막대한 자금을 차입해 주가를 방어하는 데 사용하면 향후 미래 투자는 자연스레 위축될 수밖에 없다.


MBK가 경영권을 쥐게 될 경우 더 큰 리스크가 존재한다. 사모펀드(PEF)의 특성상 몇 년 내에 투자를 회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회사의 핵심 자산이 외국 자본에 매각될 우려를 배재할 수 없다. MBK는 중국으로의 매각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으나 법적 효력이 없는 약속을 믿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경영 자질에 대한 의혹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고려아연을 글로벌 비철금속 세계 1위 기업으로 올려 놓은 최 씨 일가의 경영 노하우는 절대 무시할 수 없다.


공개매수가 종료되더라도 경영권 분쟁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 3월 예정된 주주총회를 앞두고 양측은 임시 주주총회를 통한 이사회 장악을 시도할 것이다. 구성원들의 불안감도 가중되고 있다. 누가 최종적으로 경영권을 쥐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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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경영권 분쟁의 여파는 나타나고 있다. 고려아연과의 협의를 진행 중이던 고객사들은 일정을 연기하거나 논의를 중단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와 맺은 니켈 공급 계약이 무산되기 직전이라는 이야기도 들려오고 있다.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회사의 발전을 위한 명분에서 출발했으나 그 명분은 희미해지고 있다. 세계 최고의 비철금속 제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돈과 권력 다툼에 의해 흔들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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