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출연료 수직상승, 누가 얼마나 받나
주연 몸값 7~10억 육박…제작비 상승 견인
“톱스타=흥행 아냐”vs“배우 인지도가 돈”
팬데믹 이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대세로 떠오르며 콘텐츠 시장은 빠르게 팽창했다. 글로벌 플랫폼들이 본격적으로 K콘텐츠 제작에 뛰어들면서 해외 시장에서 인지도를 갖춘 스타들의 출연료가 수직상승했다. 껑충 뛴 제작비는 다른 미디어 제작에도 적용됐다.
A급 배우 몸값 2~3배 뛰었는데…‘알바’하는 배우도
톱스타들의 몸값은 2~3배 가까이 올랐다. 최근 만난 제작사 대표들은 “극소수 배우만 돈을 많이 벌고, 나머지는 벌어도 적자를 보는 이상한 구조가 됐다”고 푸념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는 올해 초 드라마 산업 위기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주인공 배우는 회당 '억'이 아닌 '10억'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유명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주연급 배우들 대부분 더 올려달라고 말한다"고 했다.
팬데믹 이전인 2020년엔 스타 배우의 드라마 회당 출연료는 2~3억원 수준이었지만, OTT 드라마 경쟁이 치열해진 지금은 회당 5억원 안팎에서 형성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조연급 배우의 출연료도 2~3배 이상 뛰었다. 영화, 드라마를 제작한 제작사 대표는 "굵직한 조연으로 활약해온 웬만한 배우들도 1~2억원은 그냥 달라고 한다"고 전했다. 영화 주연배우 출연료는 6~10억원 선으로 파악된다. 일부 톱 A급 배우는 출연료가 10억~13억원에 육박한다.
배우들의 출연료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제작 편수가 급감하면서 조단역 배우들은 울상이다. 단역배우들과 A급 스타들의 출연료는 무려 2000배 차이다. 단역의 경우 갑자기 배역이 사라지거나 출연료가 삭감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신비주의를 고수하던 배우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거나 해외 제작사와 작업하는 일이 늘어난 것도 작품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투잡'을 뛰기도 한다.
업계에서는 경쟁 심화로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진 K콘텐츠 시장에 조만간 ‘출연료 가이드 라인’이 마련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행사에서 만난 김태원 넷플릭스 콘텐츠팀 디렉터는 “K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사랑받으며 성공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제작비가 늘어나면 부메랑이 돼서 돌아오는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적정 출연료에 관해 고민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을 설정해놓진 않았지만, 작품 예산에 맞게 적정한 출연료를 각각 설정하는 게 맞지 않나. 최근엔 이를 염두에 두고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 시장 불확실성 “몸값 거품” vs “수출 용이”
천정부지로 솟은 톱스타 몸값에 글로벌 OTT 사들은 최근 일본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본의 경우 국내 제작비의 절반 수준으로 드라마를 만들 수 있다. 한 제작사 대표는 “일본과 국내 IP(지식재산)를 활용한 콘텐츠 협업을 논의 중인데, 배우들의 몸값이 확연히 낮다”며 “수익성이 악화한 국내 시장과 달라 해외 OTT 사들도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투자를 늘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배우 인지도에 따라 해외 판매 수익이 결정되기 때문에 마냥 덮어놓고 제작비를 줄이자는 지적은 부자연스럽다고 지적한다. 판권 지분을 요구하는 배우들이 꽤 많아진 게 지금의 K콘텐츠 시장이다. 최근 텐트폴 영화의 주인공으로 출연한 배우 A는 “드라마가 국내에서 흥행해야 해외에서 주목받는 게 맞지만, 스타가 출연하면 수출이 쉽다. 이를 아는 제작사가 웃돈을 줘가며 섭외하는 것이고, 부가 수익을 창출해 안전하게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시장에선 스타가 나온다고 해서 흥행이 보장되진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투자배급사 고위 관계자는 “유명 배우나 팬덤이 두터운 배우가 출연하면 초기에 작품을 알리는 데는 확실히 도움이 되지만, 이제 ‘톱스타가 출연하면 흥행한다’는 공식은 시장에서 성립하지 않는다"며 "콘텐츠 소비가 개인화되며 불확실성이 커졌다. 톱스타들의 ‘몸값’이 거품이라는 걸 마케팅을 진행하며 체감한다”고 말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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