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전 사형 판결 받은 日 프로복서, 재심서 '무죄'

1966년 일가족 4명 살해 혐의
재심 재판부 "수사기관이 증거조작"

일본에서 일가족 4명을 살해한 혐의로 1980년 사형 판결을 받은 전직 프로 복서 하카마다 이와오(88)가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하 '닛케이')은 이날 시즈오카현 지방법원이 하카마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재판부는 무죄 판결 사유로 "수사 기관에 의한 증거 조작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닛케이는 확정 사형수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은 약 35년 만이며,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5번째라고 설명했다.

일가족 살해 혐의를 받은 전 프로복서 하카마다 이와오(88)가 26일 재심에서 58년 만에 무죄판결을 받았다. [사진출처=AP 연합뉴스]

전직 프로 복서였던 하카마다는 1966년 한 된장 제조업체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그는 이 회사 전무의 일가족 4명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다 1980년 사형이 확정됐다. 당시 증거로는 사건 발생 후 14개월이 지나 된장 탱크에서 발견된 다섯 점의 의류에 하카마다의 혈흔이 남아있다는 것이 제시됐다. 하카마다의 변호인은 "혈흔에 붉은색이 남아 있어 이는 가짜 증거"라고 주장했다. 혈흔이 생긴 후 1년 이상의 시간이 지나면 얼룩이 붉지 않고 검게 변하기 때문이다. 또 2008년 이후에는 의류에 남은 혈흔과 하카마다의 혈액 DNA가 다르다는 사실도 입증됐다.

48년 동안 수감생활…세계 최장 수감 사형수 기록도

하카마다는 사형을 선고받은 후에도 계속 자신은 무죄라고 주장했다. 결국 48년 동안 복역한 끝에 2014년 그의 석방과 재심을 인정하는 결정이 내려졌다. 30세 청년이었던 그는 이미 78세 노인이 돼 있었다. 하지만 검찰의 불복 신청 때문에 재심 결정은 취소됐다. 이에 하카마다의 변호인이 특별항고를 하고 2020년 최고재판소가 파기 환송 결정을 내린 끝에 지난해 3월에 이르러서야 재심 개시가 다시 결정됐다.

지난해 10월 열린 재심은 15번의 심리 끝에 하카마다의 억울함을 풀어줬다. 하카마다는 복역 당시였던 2013년 세계 최장 수감 사형수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일본은 사형을 실제로 집행하고 있는 나라 가운데 하나지만 지난해에는 사형 집행이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2023년 일본 법원에서는 3명에 대한 사형이 추가로 선고됐지만 실제로 사형이 집행된 사례는 없었다. 2022년에는 2008년 도쿄 도심 아키하바라역 부근에서 벌어진 '묻지마 살인' 사건으로 복역 중이던 기결수 1명이 처형됐고, 2021년에는 3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다. 2020년에는 2023년과 마찬가지로 사형 집행이 전무했다. 2023년말 기준 일본 내 수용 시설에서 복역 중인 사형수는 106명이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