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상품 판매 구조적 문제
투자자와 이해상충 가능성 높아
당국, 투자자 이익 우선 결정을
![[발언대]홍콩H지수 ELS 사태에서 놓치고 있는 쟁점](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4092711183441605_1727403514.jpg)
손실규모가 약 6조원으로 추산되는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사태는 금융소비자보호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금융감독원 검사에서 판매사들이 원금손실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지 않은 점, 원금손실 위험을 감수하기 어려운 투자자들에게 고위험상품인 ELS를 무리하게 권유했다는 점이 확인됐다. 금감원은 일부 직원의 일탈이 아니라 실적 경쟁을 조장하는 등 판매회사 차원의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필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근본적으로 홍콩H지수 ELS 상품의 설계 및 판매구조까지 논의가 확장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 이러한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일까. 우선 판매구조를 보자. 은행 이외에 다른 중요한 판매채널인 증권회사의 경우 이해상충의 가능성이 두드러진다. 홍콩H지수 ELS는 증권회사가 직접 설계, 발행하고 판매대금이 증권회사 고유계정에 편입되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이는 증권회사에서 판매되는 가장 대표적인 금융투자상품, 곧 펀드 수익증권(집합투자증권)과는 다르다. 증권회사는 펀드를 판매하지만, 판매대금은 펀드 신탁회사로 이전돼 다른 금융기관인 자산운용회사(집합투자업자)에 의해 운용된다. 아마 투자자들은 증권회사에서 판매하는 펀드 상품과 ELS 상품의 이러한 차이를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증권사가 홍콩H지수 ELS 상품을 판매하는 구조는 이해상충 관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 어느 상품이든 매도인은 가격을 높게, 매수인은 가격을 낮게 책정하고 싶어 한다. 홍콩H지수 ELS 상품 역시 투자자에게 불리한 가격이 책정됐을 가능성이 있다. 홍콩H지수 ELS 발행 대금이 고유 계정에 편입되는 만큼, 증권회사는 판매직원들에게 보다 높은 보수를 제공할 유인이 커진다. 이는 판매직원들이 고객의 투자성향이나 위험 감수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고위험상품을 무리하게 권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게 된다.
이해상충의 가능성은 홍콩 H지수 ELS 상품의 구조 자체에서도 발견된다. 홍콩 H지수가 약정된 상환기준가격 이상인 경우 투자자는 시중금리보다 높은 투자수익을 얻게 된다. 이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그만큼 부담이 된다. 반대로 홍콩H지수가 녹인(Knock In) 조건을 충족하면 투자자는 큰 규모의 원금손실을 보지만 증권사는 원금 대비 미미한 금액만을 상환하면 그만이다. 웬만한 금융전문가가 아니라면 투자자는 증권사가 투자금을 운용해 얻은 이익을 배분하는 것으로, 다시 말해 투자자와 증권사의 이해가 일치하는 것으로 오해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금융 시장의 독특한 프라이빗 뱅커(PB) 제도는 문제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오랜 기간 신뢰를 쌓아온 증권사 PB가 구조적으로 이해관계가 상충한 상품을 권유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규정(SEC) 및 자율규제 기구 규정(FINRA)은 이해상충과 관련한 엄격한 규정을 두고 있다. 금융상품 판매 시즌권 회사(브로커·딜러)는 금융상품을 중개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인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증권사 스스로 발행한 상품을 판매한다는 점은 이해상충의 원천이 될 수 있으므로 강조해 설명해야 한다.
홍콩 H지수 ELS는 상품 자체 성격 및 판매 구조상 높은 이해상충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적어도 이해상충 가능성이 충분히 설명돼 투자 판단의 기초가 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금융기관은 ELS 상품설계 단계에서 이해상충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이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운용 단계에서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때는 투자자 이익을 우선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런 원칙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위반행위에 대한 엄격한 제재 역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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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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