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대부분 연명치료 중단 폭넓게 인정
미국 일부·네덜란드 등 조력 존엄사 도입
제도 부재 시 자살·단식 등 자구책뿐
해외 주요 국가들은 말기 환자들의 연명의료 중단과 조력 존엄사 등 소극적·적극적 존엄사를 허용하고 있다. 자기결정에 의한 연명의료 중단 이행범위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약물을 투약하는 조력 존엄사 제도가 도입돼 있다.
◆말기·식물상태 환자 가능…가족 없을 시 법원 판단
26일 보건복지부 호스피스 연명의료 종합계획에 따르면 영국, 호주 일부 주 등은 조력 존엄사 제도는 없으나 말기·식물상태·중증 치매 환자의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일본은 조력 존엄사와 식물상태·중증치매 연명치료 중단을 불허하나 말기 환자에 대해 연명치료 중단이 가능하다.
이들 국가는 임종기에 존엄성과 품위를 잃지 않고 삶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한다. 영국의 생애 말기 돌봄 전략에서는 익숙한 환경에서 삶의 존엄과 존중을 유지하고 가족·친구와 함께 고통 없이 죽어 가는 것으로 정의한다. 일본은 암 환자와 가족이 거주지에서 필요한 지원을 받으며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역공생 사회 실현으로 삶의 질 향상을 모색하는 대책을 수립했다.
환자의 의사능력이 없거나 가족이 없는 경우에도 연명의료 중단 결정이 가능하다. 영국에서는 ‘의사능력법’상 IMCA(Independent Mental Capacity Advocate) 서비스가 있는데 환자의 과거 신념, 치료 가능성 등 최선의 이익을 고려해 연명치료 중단 여부를 판단한다. 미국은 환자의 의사결정을 대행할 가족이 없을 시 의사의 청구에 의해 법원이 대리결정자를 지명한다. 환자가 의사 능력이 있을 때 사전 지시서 작성을 통해 대리인을 지정할 수도 있다.
◆국가별 적용대상·의사조력범위 ‘차이’
미국 일부 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호주 일부 주, 스위스 등에서는 연명치료 중단의 범위가 말기부터 식물상태·중증치매 환자까지이다. 이들 국가에서는 조력 존엄사가 도입돼있는데 적용대상, 철회가능 여부, 의사조력범위 등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미국 오리건주는 18세 이상 치료·회복 불가능, 6개월 이내 사망, 말기 환자의 자발적 의사가 있을 때 가능하다. 환자의 요청과 이행일 사이의 대기시간이 필요한데 최초 구두 요청 후 15일, 서면 요청 후 48시간이다. 언제든지 철회가 가능하며 환자 요청에 의한 약물 처방은 가능하나 의사가 직접 투약할 수는 없다.
네덜란드는 12세 이상 치료 불가 및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끼는 환자의 자발적 의사가 조건이다. 담당 의사가 환자 상태를 확인 후 절차를 이행하고, 의료진의 투약 거부 권리는 규정돼 있지 않다. 신청 후 철회는 불가능하고, 의사가 약물 처방 및 직접 투약을 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는 18세 이상 난치병, 심각하고 영구적인 질병이 있는 환자의 자발적 요청 있을 때 대상이 된다. 의사 2인의 환자 상태 확인이 필요하며 환자와 의료진이 함께 작성한 사망 의사서에 따라 조력 존엄사가 이행된다. 법적으로 철회 가능함을 명시하고 있으며 의사의 약물 처방 및 직접 투약이 가능하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는 성인인 말기 환자와 기대수명 6개월 이내(신경 퇴행성 말기 환자는 12개월 이내)가 적용 대상이며 장애나 치매에는 허용하지 않는다. 주치의에 의한 적격자 평가를 거치며, 투여 약물 승인이 이뤄져야 한다. 신청자의 의사로 철회가 가능하고, 의사의 약물 처방 및 직접 투약이 허용된다.
스위스는 조력 존엄사를 허용하는 법률이 따로 없다. 대신 형법 제115조에 따라 이기적 동기로 타인의 자살을 방조한 경우에만 처벌하고, 이기적 동기가 아니면 처벌하지 않는다. 이를 근거로 비영리 단체 또는 협회 등이 설립돼 국적과 관계없이 조력 존엄사를 원하는 사람들을 지원하고 있다.
조력 존엄사 제도가 없는 국가에서는 자살, 단식 등 자구책뿐이다. 자살의 경우 당사자가 고통스러울 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남긴다. 단식의 경우 음식과 물을 섭취하지 않고 10~14일 이내 사망하는 방식으로, 환자와 가족들의 매우 강한 의지와 인내심이 필요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문제 제기가 나온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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