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162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데 대해 지난 5일 서울고등법원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치열한 소송전이 벌어지게 됐다. 유통업계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 소송으로 기록될 이번 소송의 결과는 앞으로 유통업체들에 대한 규제 방향성을 결정짓게 될 전망이다.
과징금 부과와 쿠팡의 반발
이번 사건은 쿠팡이 자사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검색 결과 상단에 우선 배치하고 임직원을 동원해 긍정적인 후기를 남겨 소비자들이 해당 상품이 우수한 것처럼 오인하게 만들었다는 혐의에서 시작됐다. 공정위는 쿠팡에 대해 162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해당 알고리즘 조작을 중단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쿠팡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쿠팡은 “대형마트나 편의점과 같은 유통업체들이 자체 브랜드(PB)상품을 매장에서 눈에 잘 띄는 위치에 진열하는 것은 일반적인 관행”이라며 과징금 부과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쿠팡 측은 PB상품의 매출이 전체의 5%에 불과하기 때문에 시장을 교란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공정위의 시정명령에 대해 집행정지 신청을 제출한 상태다.
공정위 의결은 법원 1심 판결과 같은 효력을 지니고 있어 불복소송은 2심인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된다.
공정위의 대응과 최근 소송 전적
공정위는 최근 5년간(2020~2024년 6월) 판결이 확정된 총 393건의 소송 중 357건(일부승소 포함)을 승소해 90.8%의 승소율을 기록했다. 과징금액 기준으로도 최근 5년간 판결이 확정된 1조9860억원의 과징금 중 94.9%(1조8844억원)에 대해 처분의 적법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최근 몇 차례의 대규모 과징금 부과 사건에서는 잇달아 패소한 경험이 있어 이번 소송에서도 법정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6월 SPC그룹이 계열사를 부당 지원했다며 공정위가 매긴 647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전액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서울고법은 지난 1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부과된 16억원의 과징금을 취소 판결했다. 쿠팡의 거래상 우월 지위 남용으로 매겨진 32억원의 과징금 역시 지난 2월 서울고법에서 취소 판결을 받았다. 현재 이 사건들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처럼 법원이 최근 공정위의 행정처분에 대해 제동을 걸고 있어 이번 쿠팡과의 소송에서도 유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향후 전망과 법적 대응
이번 소송은 단순히 쿠팡과 공정위 간의 법적 다툼을 넘어 유통업계 전반에 대한 규제와 과징금 부과 기준을 결정짓는 중요한 판결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법원이 쿠팡의 손을 들어준다면 유통업체들의 PB상품 진열 방식에 대한 규제 완화로 이어질 수 있지만 공정위가 승소하면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홍대식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PB상품 진열 순서를 규제하는 것은 해외에서도 선례를 찾기 어려운 만큼 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지금 뜨는 뉴스
이순규 법률신문 기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