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더위에 비까지…악취 피로감↑
악취는 청결문제?…호르몬 원인도
아저씨·노인 냄새 원인은 '노네날'
백인과 흑인이 상대적으로 체취가 많이 나고 동양인은 적게 난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다. 동양인 중에서도 동아시아인인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이 더 적게 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데 한, 중, 일에도 엄연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인은 지독한 겨드랑이 냄새가 세계에서 가장 안 나는 민족이라는 것도 다소 의외다.
한국인이 비교적 액취가 적게 나는 것은 한 연구 결과에서도 밝혀졌다. 겨드랑이 땀 냄새인 일명 ‘암내’는 아포크린(Apocrine) 땀샘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이 불포화 지방산과 박테리아 등과 만나 생긴다. 그런데 이 아포크린샘 분비가 활발한 G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한국인 중에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영국의 브리스톨(Bristol)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G유전자를 가질수록 몸 냄새가 많이 나고 A유전자를 가질수록 덜 난다. G유전자는 주로 아프리카나 유럽인에게 많이 나타나고 A유전자는 동아시아인에게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 G유전자를 가진 인구는 2%에 불과하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적은 비율이다. G유전자의 특징 중 하나는 축축한 귀지인데, 한국인 대부분이 건조한 귀지를 갖고 있다.
2013년 ‘Frontiers Research Foundation’ 저널에 개제된 일본 연구팀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은 여러 인종 중 겨드랑이 냄새에 관여하는 ABCC11 유전자형 중 하나인 A형 유전자를 보유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A형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아포크린 땀샘 분비가 적다.
지난 8월말 한 일본 여성 아나운서가 남자들에게 냄새가 난다고 이야기했다가 성차별 등 지적을 받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 직후 한국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서비스에서도 한국 아저씨 냄새 이야기가 논란이다. 한마디 아저씨 냄새 이야기로 한일 인터넷이 뜨겁다. 아저씨는 냄새가 난다는 이야기는 사실일까.
최근 일본의 프리랜서 아나운서 가와구치 유리는 여름철 남성 냄새가 불쾌하다며 냄새 관리를 하지 않은 남성들에게 일침을 날렸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여름철 남성의 냄새나 비위생적인 사람들의 체취는 너무 불쾌하다"며 "나는 청결을 위해 하루에 여러 번 샤워하고 깨끗한 물티슈를 사용하며 일 년 내내 땀 억제제를 바른다. 더 많은 남성이 이렇게 해야 한다"고 썼다.
가와구치의 발언을 두고 논란은 확산했다. 성차별적인 발언이라는 이유에서다. 결국 가와구치 소속사 측은 가와구치에 계약해제를 통보했다. 가와구치는 논란 이후인 지난달 17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전 프리 아나운서로, 현재는 무직"이라며 "(논란 이후)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일주일간 기억이 없다. 2일간 6kg이 빠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논란 발언에 대해서는 사과의 뜻을 재차 밝혔다. 그는 "건설 등 현장 노동자들에게 상처를 드렸다"며 "저는 땀의 케어를 전혀 하지 않는 분에 대해서 '에티켓'을 지키자는 얘기였다. 정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냄새 논란이 불거진 원인 가운데 하나가 더위다. 올해는 여름도 뜨거웠지만 가을 늦더위에 비 소식까지 겹치면서 불쾌 지수도 높은 상황이다. 덥고 습한 날씨 속 타인의 악취는 대중교통이나 직장까지 좁거나 밀도가 높은 환경에서 극대화된다. 한국 트위터 등에서도 '냄새 에티켓' 문제가 계속 나오고 사회 문제로도 비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트위터 등에서 난리인 '냄새'는 노네날이 원인이라고 말한다. 노네날은 흔히 말하는 '노인냄새(加齡臭)' 혹은 '아저씨 냄새'의 원인 물질이다. 사실 노인냄새라는 표현보다 아저씨 냄새라는 표현이 맞다. 노네날은 주로 40대 이상 남성이 많이 분비하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여성은 나이를 먹어도 노네날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노인이 되면 신진대사 능력이 감소해서 피지(皮脂) 중 '노네날'이라는 지방산이 완전히 연소되지 못한다. 이때 쌓이는 물질이 '노네날알데하이드'인데 이 때문에 '노인냄새'가 난다.
요실금이나 변실금, 전립선비대증도 노인냄새의 주요한 원인이다. 나이가 들면 방광의 확장 능력이 감소해 방광 안에 저장할 수 있는 소변의 양이 350~400mL에서 250~300mL 로 감소한다. 방광이 압박을 받으면 소변이 새어 나오게 된다. 또 항문 근육과 신경, 골반 신경이 약화되면서 변이 조금씩 새서 속옷에 묻는 변실금도 노인에게 흔하다. 또한, 남성은 전립선비대증으로 인해 소변을 볼 때 속옷에 소변이 묻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노인냄새의 주요한 원인이다.
"안 씻어서 냄새가 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노네날은 씻어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일반 비누나 세정제로는 쉽게 제거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양로원에서 장기 요양 중인 노인들을 위한 노네날 제거용 웻티슈를 따로 나올 정도다. 일본은 냄새에 민간한 나라다. 실제로 아저씨 냄새의 실체를 처음 밝혀낸 회사가 시세이도다.
냄새에 민감한 나라 일본, 냄새 괴롭힘이란 표현도
일본은 특히 냄새가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냄새(Smell)+괴롭힘(Harassment), 합성어인 '스메하라'라는 표현이 등장한 건 10년이 넘었다. 냄새를 풍기는지 여부가 인사평가에 반영되기도 한다. 한 안경업체는 2015년부터 사원 복장 코드에 '냄새' 항목을 도입했는데, 출근 시 구취 검사기로 검사를 받아야 하고 근무 중 담배 피우는 것도 금지했다.
유럽에서도 냄새와의 전쟁이 벌이고 있다. 영국에선 지난 4월 발의한 1824년 부랑자법을 대체하는 형사사법안에서 '소란을 일으키는' 노숙인을 이동 조치할 수 있도록 했는데, 소란 행위의 기준에 냄새가 포함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영국 정부 측은 "노숙을 범죄화하는 낡은 법을 고치려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냄새가 제일 안나는 인종이 바로 한국인
더위와 무더위가 이어지면 한국도 아저씨 냄새 문제로 시끄럽지만 사실 한국인은 몸에서 냄새가 제일 안나는 사람들이다. 가장 지독한 체취라는 겨드랑이 땀 냄새인 일명 ‘암내’는 아포크린(Apocrine) 땀샘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이 불포화 지방산과 박테리아 등과 만나 생긴다. 그런데 이 아포크린샘 분비가 활발한 G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한국인 중에는 많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G유전자를 가진 인구는 2%에 불과하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적은 비율이다. G유전자의 특징 중 하나는 축축한 귀지다. 그런데 한국인 대부분이 건조한 귀지를 갖고 있다.
또 2013년 한 일본 연구팀은 ‘Frontiers Research Foundation’ 저널에 한국인은 여러 인종 중 겨드랑이 냄새에 관여하는 ABCC11 유전자형 중 하나인 A형 유전자를 보유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는 논문을 실었다. A형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아포크린샘 분비가 적다.
백인, 흑인보다 동양인은 체취가 적다. 동양인 가운데서도 한국인은 더 적다. 경험적으로 과학적으로 증명이 끝난 사실이란 평가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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