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세 회피 목적으로 계열사 주식을 저가에 팔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판사 한창훈·김우진·마용주)는 6일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허 회장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조상호 전 SPC그룹 총괄사장과 황재복 SPC 대표도 모두 무죄 판단을 받았다.
재판부는 “밀다원 주식가액 평가 방법이 당초 취득가액보다 현저히 낮아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다”면서도 “검찰이 주장하는 추정이익법을 적용하지 않은 밀다원 주식가액 평가방법이 위법하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SPC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를 시행하기 전에 한 정황은 있지만 밀다원 주식평가 방법이 위법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상 배임으로도 보기 어렵다”고 했다.
앞서 허 회장 등은 2012년 12월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밀다원(SPC그룹 밀가루 생산 계열사) 주식을 취득가(2008년 3038원)나 직전 연도 평가액(1180원)보다 현저히 낮은 255원에 삼립에 팔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이 판단한 적정 가액은 1595원이다.
검찰은 허 회장이 그해 1월 도입된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해 주식을 저가에 팔았다고 판단했다. 이를 통해 샤니는 58억1000만원, 파리크라상은 121억6000만원의 손해를 입은 반면 삼립은 179억7000만원의 이익을 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1심은 지난 2월 SPC그룹이 밀다원의 주식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다거나 평가 과정에 사측이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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