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역 군인, 얼굴에서 피 흘릴 만큼 상처
도로 한복판에서 역주행을 시도하려던 한 부유한 중국 여성이 근처에 있던 군인 출신 운전자에게 제지당했다. 화가 난 여성은 차에서 내려 운전자를 무자비하게 폭행했다고 한다.
4일(현지시간)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달 28일 중국 동부 산둥성 칭다오 한 도로에서 벌어진 사건을 조명했다. 당시 왕씨(38)라는 여성은 도로를 달리던 중, 갑자기 반대 차선으로 U턴하려고 후진을 시도했다고 한다.
그러나 왕씨의 위험한 시도는 근처에 있던 다른 차량으로 인해 제지됐다. 여러 차례 후진하려던 왕씨의 차는 결국 뒤에 서 있던 버스와 살짝 충돌한 것으로 전해졌다. 격노한 왕씨는 차에서 내려 운전자를 향해 대뜸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왕씨가 부린 난동은 목격자들이 촬영해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퍼졌다.
영상을 보면, 왕씨는 운전자가 자신을 방해했다며 모욕을 퍼붓는가 하면 폭행하기도 한다. 실제 운전자는 입과 코에서 피를 흘릴 만큼 심한 상처를 봤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왕씨에게 반격하지 않았다.
보다 못한 한 목격자가 왕씨를 말리려 하자, 왕씨는 오히려 그에게 "내가 교통 수칙을 안 지킨 게 어쨌다는 거냐, 내가 이 사람을 쳤으니 이 사람(운전자)이 책임을 져야 한다"라며 "경찰을 부를 용기가 있다면 불러보라"고 소리쳤다.
소동이 벌어진 다음 날인 29일, 현지 수사 당국은 왕씨에게 다른 사람을 폭행한 혐의로 10일간의 행정 구금 명령을 내리고, 1000위안(약 18만원)의 벌금도 부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왕씨의 난동을 지켜봤다는 한 시민은 왕씨가 한 대에 18만달러(약 2억4000만원)짜리인 랜드로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탔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왕씨는 원래 작은 마을 출신이지만 결혼 후 도시로 이주한 여성으로, 과거엔 의류 매장을 경영할 만큼 부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폭행을 당한 운전자는 린씨(26)로, 2019년 중국군에 입대해 3년간 복무를 마친 뒤 전역한 퇴역 군인이다. 그는 아내와 함께 한 호텔에서 투어 가이드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이후 린씨는 SNS에 직접 글을 올려 "저는 (왕씨와) 싸우지 않았다.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차 안에 있었던 아이들을 위해 참았기 때문"이라며 "중국이 저를 지지하리라고 믿는다. 정부는 정의를 보장해야 하고, 군인으로서 제 존엄성도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린씨는 일이 벌어진 이후 자신의 치료비로 4000위안(약 75만원)을 지출했다고도 전했다.
그의 글과 왕씨의 폭행 영상이 퍼진 뒤로 중국 SNS에선 왕씨를 향한 비난 댓글이 빗발쳤다. 누리꾼들은 린씨에 대해 "대우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찬사를 보내면서도, 왕씨를 향해서는 "린씨는 4000위안을 썼는데 왕씨가 1000위안의 벌금만 받았다는 게 말이 안 된다", "불공평하다. 제대로 재판하라", "최소한 린씨가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등 반응이 나왔다.
이후 3일 중국 수사당국은 왕씨가 린씨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했으며, 그의 치료비를 부담할 의향이 있음을 전했다고 밝혔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